不平則鳴

우리 봄날

*garden 2017. 4. 18. 00:04




나이가 들어서일까. 곧잘 사람이 그립다. 혼자이기보다 무리에 섞여야 마음이 놓인다. 이전보다 수동적이다. 거기에 어르신네들 전유물인 유람도 한다. 어제는 산막이옛길에서 꽃놀이를 하고, 오늘은 청풍호반 유람선에 올랐다. 기다린 소풍날처럼 아이스크림을 손에 하나씩 쥐고, 챙 넓은 모자로 비스듬히 햇살을 가리고, 영화배우처럼 라이방을 꺼내 썼다. 진작 티켓을 끊어 맨 앞줄이다. 배 타기 전 일행과 궁리한다. 최상층으로 갈까. 그것보다는 훤히 트인 앞쪽이 낫겠지. 선수쪽 의자에 자리잡았다.
"물살을 가르는 뱃머리에서 영화 타이타닉에서처럼 포즈를 취해 봐?"
옆 자투리 좌석을 기웃거리는 부부.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지우려는지 여자쪽에서 앞서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네에, 반갑습니다."
각기 떨어져 자리한 부부를 일행이 양보하여 한데 앉히려고 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겠다며 농담까지 던지는 여자. 거기에 비하면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남자야말로 숫기를 지우지 못해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내내 난간에서 서성인다. 갑자기 여름날이 되었다. 볕은 따갑고 기온이 오른다. 세상 꽃이 경쟁하듯 화들짝 피었다. 유람선 주위가 요란하다. 퍼포먼스 중인지 모터보터들이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움직인다. 중국 인민폐 십원짜리에 있는 장강 삼협 중 구당협 못지 않은 절경이 펼쳐지는 곳에서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찍을까, 여기도 좋아!'
꽃보다 사람이 더 북적이는 곳에서 잔칫집에 온 하객처럼 마냥 웃으며 돌아다녔다. 이번 봄엔 꽃을 찾아봐야겠어. 명승고적지에 갈거야. 좋은 사람과 행복한 자리에 있을거야. 너도나도 작정한 봄. 얼마나 기다렸던가. 비로소 눈에 차는 봄을 꽉 품어 놓지 않으려고 한다. 쌍둥이 유람선이 지나간다. 누군가 가늘고 고운 음정으로 노래를 불렀다. 두리번거렸더니 셀카봉을 조작하며 여자가 눈이 마주치자 계면쩍은 웃음을 지었다.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마주친 시선을 거두긴커녕 똑바로 보면서 노래도 그치지 않았다. 흔들리는 배 안에서 끊어질 듯 이어가는 노랫가락. 갑자기 여자가 손을 흔들었다. 맞은편 배가 무뚝뚝하게 지나간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목소리를 높이던 여자 눈자위에 눈물이 반짝였다. 차 안에서 이틀 내내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악. 천여 곡을 담았다는 MP3 주옥 같은 블루스 음악인들 이보다 감동적일까. 제멋대로 자라 삐죽빼죽 솟은 벼랑 위 나무들, 저마다 모이자 근사한 숲이 되었다. 사람의 숲에서 아무에게나 반가운 인사를 보내는 나무가 외로움에 절어 웅크린 누이처럼 애처럽다.



















Blackmore's Night, Ocean Gypsy










'不平則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 백이십일회, 공룡  (0) 2017.05.24
오월 처음  (0) 2017.05.09
강촌 봄  (0) 2017.04.11
겨울 지난 소백산  (0) 2017.03.28
조령산 하늘 길  (0) 2017.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