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수필가인 피천득씨는 오월을 '금방 찬물로 세수한 스물한살의 청신한 얼굴'이라 했다. 또,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 가락지'라고도 했다. 싱그러운 오월, 사랑스러운 오월, 숭고한 오월에 잔느 에뷔테른 닮은 소녀가 안고 가는 꽃다발이 눈부시다. 너도나도 입 모아 사랑의 찬가를 부른다. 징검다리 연휴로 시작된 오월. 간절한 바람이 있었지. 거기 목매고 있었을까. 어그러지고 틀어져선 허탈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간밤에는 어른이 찾아왔다. 다가가려고 했지만 발이 얼어붙은 듯 뗄 수 없다. 눈치 챈 듯 손사래치는 당신. '됐다.' 하고 들은 듯도 하다. 만신창이가 된 것처럼 널브러져 있는 순간에도 들어와 있는 문자 메시지 몇 개. 신탁처럼 우러르고 푯대처럼 쫓아가야지. 연휴 첫날엔 북한산, 마지막 날엔 관악산에 올랐다. 뿌연 미세먼지가 사방을 가렸다. 목이 간질간질해 침을 삼켰다. 생전 하지 않던 마스크 버프를 하고 다녔다. 자조의 웃음이 절로 난다. 거덜난 몸 하나 건사하려고 애쓰는 꼴이라니. 바람이 소용돌이친다. 디스토피아 같은 세상이 싫어 시야를 가린 연막이라도 걷히길 바랐는데, 어제오늘 번진 강원도쪽 산불이 바람에 걷잡을 수 없다고 한다. 일월부터 삼월까지 전국의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는 팔십육 회라고 했다. 묵언수행은 아니지만 꾸욱 입 다물고 있었더니, 다들 의아한지 쳐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