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인 폭염이 정상일까. 옆에서 '덥다.'고 투덜대면 마땅히 더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고, '이게 더워?' 하는 이가 있으면 남은 여름이 아찔하다. 한낮 주머니 안에서 매미처럼 징징거리는 폭염경보. 자외선이라든지 오존 농도가 높아 외출을 자제하라는데 그럴 수 있을까. 해 떨어진 저녁답에도 가시지 않는 찜통더위가 맨살에 달라붙어 있다. 오랜만에 친구가 찾아와 목덜미 땀을 훔치며 발길 닿는 재래시장으로 간다.
"손맛 좋은 아주머니가 하는 밥집이 있는데 거기로 갈까?"
"그러지, 뭐. 헌데 한 며칠 속이 좋지 않아서 말야. 술은 혼자 마셔."
"거참, 혼자 뭔 맛으로?"
반문했지만 반주가 없으면 허전하다. 친구 손사래를 마다하고 억지술 한 병을 시켰다. 맞은편 미닫이가 '드르륵' 열린다. 곧바로 뽀글머리를 한 아주머니 한 사람이 후다닥 들어와 우리 옆자리에 털퍽 앉았다. 그 자리가 나와 대각선이어서 뻔히 보이는데, 저 여편네 봐라. 선머슴아처럼 다리를 쩍 벌리고 앉은 모양새가 가관이다. 모른 척 눈길을 피했다. 잠시 후 남편인 듯 허우대 멀쑥한 이가 들어와서는 마주 앉았는데, 목청이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듯하다. 듣지 않으려고 해도 말이 와글거려 그야말로 장바닥이 되었다. 눈쌀 찌푸려도 별수 없다. 친구가 고개를 흔든다. 여긴 어떻거나 우리가 모르는 질서가 있지 않을까. 참고 받아들여야지, 곧이 곧대로 좇을 나이는 아니잖아. 무언중에 눈길을 교환하고 수긍한다. 그래도 그렇지. 나뿐이라는 듯 조심하지 않는 소란으로 우리 이야기가 자주 끊어졌다. 술병을 들었다. 내 잔을 먼저 채우고, 친구가 잔을 비우기를 기다린다. 주로 남자가 말을 이끌어 가는데 화제도 다양하다. 정권이 뒤바뀐 때문일까. 고려를 세운 왕건의 훈요십조를 조목조목을 끄집어 내는데 의외이다. 헌데 그쪽에 눈길을 주다가 깜짝 놀랐다. 언제 시켰을까. 소주 두 병이 식탁에 있다. 그걸 부부가 각기 한병씩 마시고 있었으니. 그뿐인가. 소주가 바닥을 보여 다시 두 병을 시킨다. 마침 눈길 주던 친구도 어이가 없는지 내게 쓴웃음을 보낸다. 벽면에 걸린 티브이도 저 혼자 왕왕댄다. 마악 기획뉴스가 진행중이다. 나날이 늘어가는 치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걸 힐끗 본 여자가 말을 꺼낸다.
"저게 남의 이야기만도 아냐."
"아, 병원에서도 건망증으로 온 환자는 선불이래잖아."
"그래? 치매 전조증상인지 때로 나두 깜박하는 일이 잦아."
"무슨 일인데 그래?"
"그저께 친구 모임에 헐레벌떡 나가는데....."
"그래서?"
"스마트폰을 쥔 손이 이상하게 무겁잖아. 그래서 봤더니 스마트폰만 아니라 티브이 리모컨도 함께 들고 있더라구. 횡단보도 앞에서 어떡할까 한참 고민했어."
무심코 듣고 있던 우리는 입 안에 우물거리고 있던 음식을 그대로 뿜어낼 뻔했다. 슬쩍 보니 태연한 그녀 얼굴이 생글거린다.
Question, Manfred Mann's Earth Band
In a dream
꿈 속에서
it would seem I went to those
누군가에게 다가간 것 같아
who close the open door
그들은 열린 문을 닫았어
And turning the key
열쇠로 문을 잠그고
I sat and spoke to those inside of me
난 앉아서 말을 걸었어, 내 안에 들어있는 그 사람들에게
They answered my questions with questions
그들은 여러 가지 질문으로 다시 내 질문에 대답했어
And pointed me into the night
그리고 달이
Where the moon was a star-painted dancer
별빛으로 색칠한 무용수처럼 보이는 밤으로 나를 향하게 했어
And the world was just a spectrum of light
세상은 마치 찬란한 빛의 스펙트럼 같았어
They reached to my center of reason
그 사람은 내 이성의 가운데로 다가와서
And pulled on the touchstone that's there
처음처럼 그곳에 존재하고 있던 시험의 기준을 자극했어
The shock of that light had me reeling
난 그 불빛에 놀라 동요되었고
And I fell into the depths of despair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어
Turning the key
문을 닫고
I sat and spoke to those inside of me
자리에 앉아 내 안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어
They answered my questions with questions
그들은 여러 가지 질문으로 다시 내 질문에 대답했어
And set me to stand on the brink
해와 달이 형제가 되어 만나는 곳 가장자리에 날 서있게 했어
Where the sun and the moon were as brothers
그리고 내게 남겨진 건
And all that was left was to think
생각해 보는 것뿐이야
They answered my questions with questions
그들은 여러 가지 질문으로 다시 내 질문에 대답하고는
And pointed me into the night
나를 밤으로 이끌었어
The power that bore me
나를 지탱해주고 있던 힘이
had left me alone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고민하도록
To figure out which way was right
날 혼자 남겨 뒀어
소리내어서 읽어도 모호한가. 삶이 그런 걸 어떡하나. 의문점이 여름 산마루에 걸린 뭉게구름처럼 커지지만 이곳저곳 들쑤시고 돌아다녀봐도 답은 없다.
그렇찮아도 Uriah Heep의 'July Morning'을 검색하고 있었다. Manfred는 'Uriah Heep'에서 미니 무그를 연주했다. 'Question'은 'Franz Schubert'의 즉흥곡 G장조 D 899(Impromptu in G flat Major)에서 멜로디를 가져왔다. Manfred Mann's Earth Band는 '60년대 british invasion에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영국 록그룹으로, R&B에서 progressive rock으로 음악적 색깔을 바꾸고 '76년에 발표한 'The Roaring Silence'가 미국 차트에서 37주간이나 머무르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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