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 Rea, Looking For The Summer

아이들과 감자를 캔다. 흙을 뒤집어 호미로 긁어내며 땅속에서 영근 덩이줄기를 헤뜨린다. 앞서 밭고랑을 덮은 비닐이라도 걷으라고 했더니 입이 한댓발씩 나와 건성이다. 한소리 하려다가 참았다. 가는 참에 들려 보내려고 캐는 감자에 괜한 눈치를 줄 필요가 없다. 다행히도 가뭄에 튼실한 알이 제법 나와 친구네 입이 함지박처럼 벌어진다. 한 고랑만 하고 마치려는 걸 세 고랑 모두 캤다. 땀이 범벅이지만 가고 난 다음 다시 수고해야 할 친구 손이라도 덜어주고 싶어 부지런을 떨었다.
며칠 전 연락한 친구와 통화하다가 눈을 감았다. 일간 다녀가겠다고 말만 하며 놓친 날이 무수했다. 안경 너머 건너다 보는 선한 눈이며, 잘 웃는 모습을 떠올리다가 일어섰다. 마침 아이들과 아랫녘으로 여행 가던 참에 들렀는데, 붙잡혀 결국 날이 저물었다. 애매하게 주저앉았더니 내내 투덜대는 아이들. 와이파이도 터지지 않는 데다가 전화마저 불통인 곳이다. 불빛에 새까맣게 달려드는 하루살이라든지 모기, 벌레에도 진절머리친다. 이런 경험도 좋다고 술잔을 기울이며 '껄껄' 웃는데, 눈치도 없다. 더구나 자연을 벗삼겠다며 그야말로 에어컨도 없이 지내는데, 그것도 못마땅해 뾰루퉁한 녀석들. 친구가 '여긴 해가 떨어지면 춥다'며 일러줘도 들은 체 만 체이다. 내색이나 않으면 좋겠는데 얼굴 가득 떠올라 있는 불만이 걸리지만 겨우 달랬다.

세련된 singersong writer이자 음반 제작자이고 걸출한 블루스 기타 연주자인 Chris Rea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잊고 있던 무언가가 떠올라 견딜 수 없다. 'Looking For The Summer'는 영화 '원초적 본능' OST이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람들은 Sharon Stone의 뇌쇄적인 포즈만 기억하고 있다. 그나마 우리 나라에서 개봉되었던 영화는 검열 가위질이 심해 이야기 맥락마저 끊어져 이해하기 어려웠다.

Look deep inside the april face
A change is clearly taking place
Looking for the summer
사월의 얼굴을 자세히 봐
확실히 변화가 생기고 있어
여름을 찾고 있어

The eyes take on a certain gaze
And leave behind the springtime days
Go looking for the summer
눈을 떠 똑바로 봐
봄날 뒤의 잎들
여름을 찾아서

This aint no game of kiss and tell
The implications how you know so well
Go looking for the summer
그냥 말해버리는 게임이 아니야
네가 얼마나 잘 아는지 보여주는 거야
여름을 찾아서

The time has come and they must go
To play the passion out that haunts you so
Looking for the summer
때가 왔고 그들은 가야 해
널 그렇게 따라다니는 열정을 끄집어 내어서
여름을 찾아서

Remember love how it was the same
We scratched and hurt each others growing pains
We were looking for the summer
사랑이 어떻게 똑같은지 기억해
우리는 서로를 할퀴고 아프게 했어
우리는 여름을 찾고 있었어

And still I stand this very day
With a burning wish to fly away
I'm still looking, looking for the summer
그리고 내가 서 있을 바로 그날까지
태워서 보낼 소원을 가지고
나는 아직 찾고 있어, 여름을 찾고 있어

Chris Rea, Looking For The Sum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