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마당

오월숲

*garden 2020. 5. 13. 11:52





⌒ 오월숲은 사랑이다
미처 인지하기도 전에 똬리 틀어선 내 생애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한밤을 골몰해도 지워지지 않고 커진 생각덩이로 운신할 수 없는, 마음 한 곳이 간지러워 웃음 짓다가 또, 텅! 비게 만드는, 환희이며 열정이었다가 폭죽잔치로 끝나 허무해지기도 하는 유희. 맨살을 간지르는 서글픈 비바람이었다가 어마어마한 태풍으로 커지기도 하는 요지경. 하나의 씨앗을 품어 싹 틔우고, 꽃 피우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 오월숲은 포용이다
시냇물 적시는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서부터 야금야금 나아가다가 어느 때 온 산을 물들이는 마술. 다소곳함과 싱그러움과 생큼한 연두 등이 유록 푸르름으로 변해가면서 너나 없이 손 뻗고 서로를 얽어 커다란 생명체로 완성되는 과정이다. 못난 나무가 숲을 지킨다고 했지만 이때야말로 나무들마다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저마다의 역할에 충실하여 함께 삶을 노래하는 건 쉬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 오월숲 연서
상수리나무가 아름드리라니. 우듬지 사이 산그림자를 더듬다가 눈자위가 붉어졌다. 멋모르고 팽개친 내 청춘, 젊은 시절의 애먼사랑이 이 판국에 왜 생각날까. 왜 걔는 여지껏 생글거리며 웃고만 있을까. 애써 봉인한 가리개를 열었다. 가슴에 화인으로 남은 상처로도 아직 싹도 내지 못한 서어나무, 자귀나무 들이 초여름 격정적으로 깨어나 무성한 잎을 틔우듯 이 숲에 어울리는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Phil Coulter,
When I Grow Too Old To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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