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맞장 뜬다고 세월이 지워지기라도 할 줄 아느냐
새초롬한 연둣빛 산괴불주머니 연약한 꽃대를 세운 건 그대 손길이겠지
완강한 담벼락을 타고 흘러내린 줄장미를 활짝 피운 건 그대 입김이겠지
바람에 흩날리는 꽃가루처럼 화사한 햇살을 스치는 건 그대 흔적이겠지
이제 바람으로 떠돌아 속박없는 그대,
행여 가까이 오거든 지난 시름일랑 지우고
나른한 꿈이라도 다시 꿀 수 있게끔
보잘것없고 거친 육신이나마 주리니
쉬어 가소서!
Georges Bizet, Je Crois Entendre Enc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