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밤, 세 밤만 참으라카이."
단번에 이루어지는 세상 일은 없다. '세 밤'은 어느 때 '삼 주'가 넘기도 하고, '한달'이 훌쩍 넘어가기도 한다. 잠들기 전이면 바깥 달을 확인한다. 얼른 세 밤이 지나 '내가 기다리는 그날'이 와야 할텐데.
"세 밤이나예?"
"사내가 진득하니 참아낼 줄도 알아야 한다카이."
달이 부풀어 밝음을 더해갈 때면 흡족함으로 내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열셋쨋날 상현달이다. 유례 없는 가뭄이랬지. 비가 오려는지 바람이 일고 있다. 달이 일렁여 마음까지 흔들리는 저녁.
날이 밝자 역시 덥다. 어젯밤 바람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범벅이다. 강렬한 볕에 저절로 얼굴을 찌푸리고 걸었다.
'어라, 이것 봐라.'
자갈밭 사이에서 익숙한 자태를 찾아냈다. 십여 년 전 종묘 정전 앞 돌틈에 드문드문 숨어 있어 눈길을 주었다. 작아도 아름다운 세상을 구현하는 꽃. 서리태 콩 조각보다 작은 얼굴로 해맑게 웃는 모습. 습기가 많은 곳이어야 자라는 습성이 있는데, 뙤약볕 내리쬐는 정전 앞에서 어떻게 견뎠을까나. 여기야 연천 개울가여서 다행이다만. 육추를 끝낸 물새들이 날아야 마땅한 갯가를 어슬렁거렸다. 카메라에 일백오 밀리를 장착하고 있는 탓에 겨우 모양만 담아낸다. 누추하여도 자리 탓없이 꿋꿋이 자란 '누운주름잎'이다.
Ernesto Cortazar, Waltz Of Love
'不平則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 꽃 그리고 여름 (0) | 2022.08.31 |
---|---|
함박꽃 그늘에서 (0) | 2022.07.29 |
이정표 (0) | 2022.06.03 |
늘 좋을 수야 없지만 (0) | 2022.04.05 |
기다림 (0) | 2022.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