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늘 좋을 수야 없지만

*garden 2022. 4. 5. 08:00












"난 이번에 이**이에게 표를 줄라네."
"그게 좋다면 그렇게 해야지."
"내는 꼴보기 싫어도 윤**이다."
"어련할라구!"
"헌데 너는 정하기는 했냐?"
"나야 무당파니 이번에도 기권이다. 같잖은 놈들만 나와 설치니."
"그래도 오늘 밤은 눈에 불 켜고 새야겄지."
오랜만에 본 친구들과 설왕설래한다. 여기저기 앉은 술집 군상들마다 목청을 높인다. 나처럼 투표를 건너뛴 아이가 한밤중에 눈을 부비며 나와 묻는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글쎄, 박빙인가부다. 아빤 거기 집중할 수가 없다. 다른 데 신경 쓰고 있어서."
상관없이 탄성과 간구, 아쉬움, 맘 졸임 등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이들이 있어 이 밤 외롭지는 않다. 어치피 결과에 연연할 수 없는 그네들만의 놀이. 다시 모이면 친구들은 선거를 입에 올리지 않을 것이다. 세상이 뒤바뀌리라고 아무도 믿지 않았으니. 갇힌 일상이 답답해, 심사가 틀어져 상에 '감 놔라', '대추 놔라'고 애꿎게 떠들었을 뿐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심상치 않다. sempre에서 poco a poco로 변화되다가 vivo로 바뀌는 느낌이다. 겨우내 움츠리고만 있었어. 환기가 되지 않는 답답한 공기. 이웃집에서 간간이 들리는 잔기침 소리. 급히 달려가는 병원 구급차 사이렌. 급박하게 가속을 하여 찢어지는 오토바이 굉음. 귀를 닫고만 싶다. 아무것도 안보려고 했어. 세상에 나 혼자뿐인가. 어두운 방에서 티브이를 보다가는 가슴 울컥한 장면에서 눈물로 흘렸다. 까닭 모를 슬픔에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가 엎어져 한사흘 죽은 듯 딩굴려고도 했어.
날이 밝으면, 햇빛 내리면 정류장 앞 벤치에 나와 온종일 앉아 있는 할머니를 보았다.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어느 날 그 할머니가 골목 안쪽에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았다. 한동안 팽개쳐져 방치된 화분을 쓸고 닦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의미 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볼품 없는 오래된 화분에 메마른 흙이 파헤쳐져 바닥에 흩어져 있다. 주름지고 갈라진 투박한 손길이라도 온기가 전해진 걸까. 하룻밤 지나 창기병처럼 뾰족하게 고개 내민 연초록 잎사귀들. 눈부시게 보였지.
소박한 소녀처럼 골목 바깥쪽 담벼락을 타고 내리는 개나리를 보았다. 훌쩍 찾아간 산등성이에서 수줍은 아녀자처럼 방긋 웃는 진달래도 보았지. 새삼 깨어나는 세상이 보여. 불꽃처럼 옹송거려져 두리번대는 목련 꽃몽오리를 보자 얼어붙어 있던 가슴에 녹아 흐르는 이 습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른 새벽 지인이 보낸 따끈따끈한 시 한 구절을 결구로 놓는다.

'- 결별에 익숙하지 못한 나는 동서로 떠돌며 대신 사는 것들의 울음 소리를 들었다
그리움으로 사는 일이란, 꽃 없이 사철 푸른 잎새에 벌레 몇 키우는 일이라서'










Eric Clapton, Danny Boy

'Eric Clapton'은 참 괜찮은 뮤지션이다. 무대에 오르면 자기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한다. 색스폰 인트로나 허공을 이어밟듯 이어지는 부드러운 보컬로 익숙한 'Danny Boy'가 신선하게 들리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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