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장 가을 속 한량없다가도
친구들과 함께 왔다며 인사하는 아이 때문에
부산스러웠는데
깨어나서야 기어코 울음을 터뜨렸다
아아, 나비 떼에 둘러싸여 떠나는 뒷모습이
그대, 마지막이었구나!
앞뒤 절벽에 끼인 듯 숨조차 못 쉰,
짓이겨진 살에 박힌 강철 같은 뼈다귀여!
밤 새 울어댄 귀뚜라미 소리인들 애닯지 않았을까
소슬바람에 흩날린 낙엽보다 못한 존재
세상 모든 이를 사랑하겠다며 밝게 웃었어도
사랑 한줌 담을 수 없는 그대들
어둠 속에서 꿈을 꺾었으니
그 길 어이 밟을 수 있으랴
비탈져 흘러내린 이태원 길,
다부룩한 잔디로 덮어 두어라
다가올 새 봄,
짓밟힌 꿈 한조각이라도 싹틀 수 있게
- 이태원 참사를 애도합니다!
Giovanni Marradi, Shadows
'햇빛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롱나무 꽃 피우다 (2) | 2022.08.04 |
---|---|
함께 걸어갈 길 앞에서 (0) | 2021.11.14 |
바다로 간 동백 (0) | 2020.08.02 |
오월숲 (0) | 2020.05.13 |
이 봄, 다시 올까 (0) | 2020.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