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더하여 스무 살도 채 안된 분이가 만득이를 따라간다. 오동통한 볼살을 지우지도 못하고. 골골거리는 분이 아버지에게 진절머리 난 분이 엄마. 떡메를 들어도 오지게 내려치는 만덕이한테 진작 눈길을 주었다. 심성도 저만 함 됐어. 붙여 놓으면 밥은 굶기지 않을거라는 바람에서였지. 정분든 듯 기댄 소나무 .. 不平則鳴 2011.05.11
그대, 꽃일 적에 좀처럼 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아 그렇지, 남자도 수다스러울 때가 있다. 여편네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더니, 것두 옛말이제? 그저 눈치 보며 비위 안거슬리고 소리 높이지 않아야 살기 쉽지. 평생 탈없이 산 게 여편네 덕이라는데, 말인즉 어떻게 쉽게 넘어갈 수 있느냐고오. 한둘이 운을 떼더니 질새라 .. 不平則鳴 2011.03.30
창 밖으로 늘상 보는 풍경은 아다지오Adagio여서 마음에 담기지 않았다. 아침마다 이용하는 지하철, 일부 구간이 지상에 드러나 있어 쫓아나올 때마다 발가벗긴 것처럼 안팎이 밝아진다. 큰 산 뒤편이 붉으스레하게 물드는 동녘과 미적거리는 해와 미처 숨지 못하고 창백하게 부서지는 중천의 달. 여름 내 산야를 .. 햇빛마당 2009.09.01
북한산의 봄 낮은 곳에서 꼬물거려도 평온해야지 싶었는데, 걷기 시작하자 걸음이 차츰 빨라졌다. 이래선 안돼, 상념이 많아져선. 그렇찮아도 주변 북적이는 인파에 정신이 산만해져 있었다. 제자리에 선다. 배낭 끈을 잡아당기며 덩달아 들쑥날쑥해진 숨을 조절한다. 삼삼오오 짝을 이뤄 시끌벅쩍 지나는 사람들 .. 不平則鳴 2009.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