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달콤한 꿈

*garden 2009. 11. 17. 11:28




자동차가 지날 적마다 바닥을 휘젓는 소음. 낙엽이 병아리 떼처럼 일어나 자동차를 따라 종종걸음치다가 제풀에 주저앉는다. 여기 어디쯤이지 않을까? 약속장소로 가는 중에 방향을 잃어 엉거주춤 서 있을 때 비니를 눌러 쓴 긴 머리 소녀가 다가들었다.
"지구종말에 대해 알려 드릴 게 있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망연자실한 채 눈길을 주다가 불에 덴 듯 놀랐다. 노골적인 티를 내지 않았을까. 다행히도 상대는 내색없다. 화장끼 없어도 유난히 하얀 살결에 루즈를 빨갛게 칠해 대비되는 입술. 생긋 도발적인 웃음까지 띠며 나긋나긋하게 말을 건넨다.
"영생에 대해 알고 싶지 않으신가요?"
살아서 사는 건가, 아니면 죽어서 사는 건가. 이도저도 아니면 죽어도 사는 것인가. 영에 관한 건지 육에 관한 건지 구분이 어렵지만, 그 심오한 비결이 어찌 갓 스물을 넘긴 듯한 소녀의 입에서 거침없이 나올 수 있는지 의아하다. 말 없이 돌아서는 소맷부리를 하얀 손이 건너와 기꺼이 잡는다. 따라 가 영생에 대한 비밀을 알 수만 있다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는 촉박한 시간과 만나야 할 얼굴들을 생각하며 머리를 흔들었다. 밝은색 오버코트에 핑크빛 진바지라니. 이런 소녀적 취향과 암울한 종말이 어떻게 연결된다는 건지. 다가올 시간의 단절과 삶을 얘기하고 싶은 소녀의 연민에 찬 눈길을 뒤에 두고 돌아섰다.


저녁 식탁에서 우리 꼬마가 친구들과 관람했다면서 영화 2012에 대해 운을 뗀다. 재난영화의 종합판이라는 2012를 보며, 고대 마야 달력에서 삭제된 그 이후의 시간이 정말 도래하지 않을건지 궁금해한다. 지난 여름 해운대를 덮친 지진해일에 대한 영화에서 느끼지 못했던 진지함까지 담아내길래, 물끄러미 꼬마 눈을 들여다 보았다. 주변에 산재한 위험 요소들을 더듬어 본다. 궁핍이나 무지, 나태와 억압, 폭력과 환경의 파괴 등도 모자라 나날이 새롭게 등장하는 병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인기 연예인이 신종플루로 아들을 잃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처방약을 받고서 먹이지 않았다는 소문도 들었다. 그 부모는 약을 복용시키는 것보다 그냥 두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동유럽에서는 바이러스성 폐렴 증상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변종인플루엔자가 다시금 확산 일로에 있다고 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기우가 현실을 갉아먹는다. 하지만 무턱대고 기우라고 치부할 수만 없는 개연성이 있지 않을까.


창이 덜컹거릴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키를 세우고 품을 넓히던 나무들이 오그라든다. 어젯밤까지 가지에 달려 저희끼리 수런거리던 잎이 하늘까지 치솟았다가 떨어져 내렸다. 겨울 소식이 이따금 전해진다. 창에 희끗희끗한 눈발이 부딪쳤다. 첫눈이라기엔 미흡한. 창을 열어 가만히 손을 내민다. 서설의 감촉이라도 느낄 수 있을까 했는데, 허공을 맴돌며 안을 엿보던 나뭇잎이 날렵하게 숨어들었다. 싱싱하던 여름날의 삶과 끈 떨어지고 널브러진 가을날의 침묵을 겹쳐 보았다. 새로운 삶의 태동을 어디에 기약해 놓았는지. 이건 끝인가, 아니면 시작의 전조인가.













River To River Trail ; The Hike * Zola 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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