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기억을 깨우다

*garden 2010. 3. 2. 15:13




"마음 맞는 사람들과 앞뒷집에 기거해 오감서 살믄 좋제?"
"어릴 적에도 한 동네서 만날 싸웠는데 쪼그랑 망태기가 되어서도 다시 치고받으믄서 살락꼬?"

오랜만에 모여 왈가왈부하는 친구들. 자라서 너도나도 일가를 이뤄 쫓아나가더니, 인제 어떡하면 돌아올까 궁리를 한다. 결론은, 나가보니 이리저리 치어 몸 성한 곳이 드문 채, 아무 데나 마음 붙여 산다고 그곳이 곧 고향일 수 없다는 데 동의하여 입을 맞춘다. 진작 한갓진 곳에 전원주택을 지었다는 녀석이 한숨을 쉰다.

"내가 미리 그걸 알고는 땅을 봐 놨다 아이가. 니들은 오기만 하믄 돼."
"벌써 한 이년 되어 가제, 살만하더나?"
"아, 공기 좋고 물 맑고 사람들 인심 좋은데 뭘 더 바라노? 이번 설 전전 날엔 용현이도 찾아왔더라."

자랑삼아 전하는 소식을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넓직하게 지은 주택에 한두 번은 아이들이 몰려가기도 했다며 덧붙이는 얘기를 듣는다. 살기 바쁜 친구들 걸음이 뜸해지자 천상도 하루이틀이지. 외진 곳이 견디기 힘들다. 이른 아침 눈을 뜨면 덜컥 겁부터 난다. 종일 고문처럼 달려드는 외로움과 씨름하기가 예사 아니다. 해 그림자가 어디쯤 갔는지 시시각각 가늠하는데 진저리가 난다. 슬쩍 말 끝에 핑게를 만들어 다시 나올 궁리를 한다는데. 그러기에 진작 말이나 말지, 사람들을 꼬드기다니. 녀석도 차암. 어느 누가 속을 모를손가. 씁쓸하여 다들 혀를 찬다. 이런저런 살이에 진력을 하지 못하고 새삼 익숙한 얼굴과 흙에 부대끼고 싶은 건 인지상정인가.


"어릴 적 원이 너네 집이 기자촌이었잖아."
누구네가 어떤 일을 하는지 훤하다. 특히 아버지가 신문기자란 건 동네가 다 알았다. 그걸 기억해 낸 녀석이 대뜸 말문을 돌린다.
"기자촌이 아니고 문화촌이었는데."
"문화촌이나 기자촌이나.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 살아야 되능기라."

허긴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만든 예술인촌에서도 서로에게 끼치는 창작열을 돋우는 요소들이 꽤 된다고 들었다. 의지가지 없는 화교들은 중국인촌을 만들어 살고, 대학가 주변은 너도나도 하숙을 해 눈만 보면 서로를 짐작할 수 있는 하숙인촌이 되어 있다. 집단촌락이야말로 공동체로 마음가지 가려주는 바람막이로 더 없이 좋을게다. 가끔 예전 일을 떠올리는 나도 몽상 속에 머무를 때가 많다. 햇빛이라곤 일년 내내 비켜가는 창고에 들어 이것저것 들쑤셔 익숙한 물건을 끄적대고, 막연하게 이는 오래된 먼지 등을 후각으로 킁킁거리는 일. 정신 없이 돌아가다가도 한동안 넋을 놓고 마음자리를 부릴 수 있는 기억촌이라든지, 낭만촌 등을 만들면 어떨까. 따숩고 황톳색 배인 시간을 찾아볼 수 있도록. 여기저기 친구들이 떠드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근데, 진화 너. 설 전에 용현일 만났다는 말, 참말이가?"
"아암, 글마는 늙지도 않았더라. 따뜻한 저녁밥을 해먹였더니 펄펄 기운이 나는지. 밤새 술을 들이킬 기세더니 새북에 온다간다 말도 없이 없어졌다 아이가?"
"이상타. 용현이 죽은 지가 운젠데. 꼭 이맘때 소위에 임관해서 서너 해 근무하고서는 사고로 갔지. 다들 울며불며 장지까지 따라간 기억이 어제처럼 선한데."












World`s End Garden * Gnomu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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