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꽃자리

*garden 2010. 4. 9. 11:02




'집 나가서 애 배어 들어온다더니!'
이쁜 자식 얘기라면 얼마나 좋을까만 미운 짓만 골라서 하는 사무실 동료 얘기이니. 이 사람은 밉다밉다 하니까 아주 작정했는지, 미운 짓만 골라서 한다. 영향력 있는 간부에겐 입에 침도 안바르고 아부하기. 가장 성실한 듯 가장하며 지각을 밥 먹듯하기. 열심히 일하는 척하며 점심 후에는 꼭 한두 시간씩 낮잠자기 등, 결점을 헤아리자면 끝이 없지만 그건 내 적성에도 맞지 않다. 집안에 일이 있어 찾아간 적 있다. 오죽하면 장인어른에게 인사 시키며 평생 자기를 못마땅해 한다는 말을 스스로 꺼낼까. 일을 앞에 두고서는 그냥 해보겠다는 적이 단연코 없다. 이게 충족되어야 할 수 있다, 저걸 지원해주지 않으면 기일 내 마칠 수 없다는 둥. 점심을 먹다 말고 눈을 비빈다. 의아해 옆에서 왜 그러냐니깐, 뜬금없이 하는 말. 전교조 해직교사들이 불쌍해서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나. 정의에 대한 관념은 누구보다 강한 척하니 눈꼴 시려워 참을 수 있나. 대체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벽을 쌓지 말자는 철칙을 가진 내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뒤집을까 말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드니. 대체 전생에 무슨 업이 있어 이 녀석과 마주쳐선 한데 가야 하나. 주는 것 없이 이리 미울 정도이니.
이삼 년 전 새 프로젝트가 가동되는 참에 얼른 데리고 있던 몇몇을 딸려 독립시킨 적 있다. 상관 않고 눈에 보이지 않으니 앓던 이가 빠진 듯 후련했는데, 사업이 여의치 않아 다시 합하게 되었다. 요는 독립해서 한껏 으쓱댄 꼬락서니를 지우지 않고 들어왔다는 게 문제이다. 알에서 깨어 나갔지만 그 알의 경계를 인정치 않고 알 밖 세계만 애초 존재했다는 투이다. 심지어는 어떤 짬짜미가 있어 나를 몰아낼 궁리인가 싶어, 조직 상리에 어긋난다고 항의도 한다.
"이거야말로 모양새가 우습군요."
"그래도 어떡합니까? 데리고 있던 사람이니 마땅히 거두어 주셔야지요."

거 참. 거둘래도 기본상식이 받아들여지는 사람이어야 말이지. 어제 오전만 해도 언성을 높이지 않을 수 없다.
"이건 최소한 협의하고 일러 주셔야 하지 않습니까?"
눈을 치뜨는 형상이 예전 자기가 아니라는 투이니. 손가락 마디를 꼭꼭 쥐며 가만히 노려본다.
"협의? 협의해 달라는 자세가 그거요, 지금 보고해 달라는 말인가요?"

강하게 나가면 기가 죽지만 매양 그럴 수 있어야지. 한꺼번에 사람이 들이차니 사무실 배치를 새로 해야 한다. 유난히 책상 위치라든지 자리에 집착해서는 포기할 줄을 모른다. 좋은 게 좋을 것이라 그냥 두었더니, 윗선을 구워 삶아 자기 입맛에 맞게 조정한다. 열이 올라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냥 두어서는 안될 일이다. 전판을 뒤집고는 다시 배치했다. 누가 보아도 끄덕거리게끔.
앞에 보일 때마다 인사치레야 꾸벅꾸벅 잘하고 지나치지만 어느 때 칼날을 들이댈지 모르니 방심할 수 있어야지. 모쪼록 마무리가 평안하기를 원하건만. 난자리가 척박해도 탓 없이 애면글면 꽃봉오리를 터뜨리는 목련이 차라리 부럽다.












Euphoria * Ko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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