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처음 그대로

*garden 2010. 6. 15. 10:18




성형수술이 대세인가. 너도나도 뜯어 고치겠다고 난리이니. 자기 얼굴에 만족하지 못해 거울을 볼 때마다 몽상을 부풀린다. 이곳을 고쳤으면 좋겠어. 저기가 불만족스러워. 요즘 뜨는 연예인 누구를 닮게 만들었으면. 바람(願)이 바람으로 그치지 않아 기어이 칼을 댄다. 단언컨대 한번 손 대면 거기서 그치지 않을게다. 우리 꼬마가 내게 가지는 불만 중 하나도 이 문제이다. 얼굴 한 곳을 고치고 싶은데 요지부동인 아빠가 밉다.
"아빤 지금 네 모습이 좋아!"


여행중 앞에 알짱거리는 차가 거슬린다. 추월하며 봤더니 세상에나, 인형을 수십 개나 주렁주렁 달아 놓았다. 차 주인의 독특한 취향으로 치부하면 간단하지만 낯을 찌푸리며 혀를 찬다.
"정신 나간 녀석 아냐? 저래서야 어찌 운전인들 제대로 되나!"
거울을 여기저기 달고, 등(燈)을 개조하고, 머플러가 큰소리 나는 것으로 바꾼다면, 난 틀림없이 그 인간성까지 매도해 버린다. 주어지는 호환성에 편승하여 활용하는 쪽보다 원래의 그대로가 좋지 않은가 하고 갸웃거린다.


고르고 건강한 이(齒)를 오복 중 하나라 했다. 이가 고르게 나 가끔 검사하는 어머니가 기분 좋게 뒤통수를 툭 친다.
"늘 이나 몸을 깨끗이 닦아야 나중 멋진 신사가 되능기라."
나이가 차 어금니 안쪽에 통증이 인다. 순간적으로 억제시켜도 결국은 말썽을 부렸다. 그대로 둘 수 있으면 좋았을 것을, 결국 사랑니를 뺐다. 어느 날 거울을 보는데 앞니에 미세한 틈이 생겼다. 틈은 그대로 있지 않고 차츰 간격을 넓히는 중이다. 안쪽 사랑니를 빼자 다른 이가 조금씩 밀려나 쏠리는 듯하다. 고민스러워도 예사로 손댈 수 있어야지. 불편한 대로 살기로 했다.
어느덧 장년에 들어 어쩔 수 없이 드나드는 칫과. 그게 싫다. 비싸기만 하고 치료도 신통치 않다. 의사들은 애시당초 환자의 의중을 헤아리려고 하지 않았다. 달리 말하자면 다들 왜 그리 사깃꾼이며 무법자 같은지. 편의대로 가차없이 뽑아버리고는 얼토당토 않은 가격을 매기기 일쑤이다.
일 우선주의자인지라 병원에 예약하고 맞춰 쫓아가는 것도 간단치 않다. 매번 가도 차도 없이 다음에 또 오란다.
'의사 녀석들이란, 속시원한 처리 없이 그저 시간만 끈단 말야.'
다녀오면 내 고통은 아랑곳없이 술자리가 마련되었다. 미운 동료도 더러 있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으라고 떠든다. 자기는 이적지까지 한번도 칫과에 드나든 적이 없다는 말을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꺼낸다. 욱씬거리는 통증을 참다가 노려본다. 성질대로라면 격투기 선수처럼 달려들어 팔꿈치로 목이라도 콱 졸라 실신시켜야 하지만 그럴 수는 없고. 그런 녀석이 삼 년 전부터는 아픈 이를 하나둘 빼기 시작하더니, 인제 틀니로 갈아 끼울 날만 기다린다.


처음 그대로가 좋지만 그걸 지탱하기가 어렵다. 세월에 장사 있나. 이제 나도 기계처럼 몸 여기저기가 마모되어 한둘씩 잃는다. 한때는 잃은 것을 애써 복구시키기도 했지만 지금은 목록도 장황해 눈 질끈 감고 포기하기로 했다. 그나마 더 이상 잃을 게 없으면 하지만 고소원이나 불감청이라, 이 빠진 동그라미로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다 보면 비틀거리며 제자리에 서 있지 못하는 적이 많다.














A Love Idea(Last Exit to Brooklyn OST) * Mark Knopf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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