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꽃과 별, 뜰

*garden 2010. 6. 24. 16:44




나로호 발사를 보겠다고 서울에서 고흥군 외나로도까지 달려간 다해네. 남열해돋이해수욕장 진입 삼거리에서 차를 돌려야 했다. 발사가 연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해 아빠가 불같이 화를 냈다. 국가적인 일을 이리 쉽게 물린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면서. 애들 앞이어서 눈을 찡긋하며 말리던 다해 엄마도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로호 이차 발사는 두어 번 더 잠정 연기되었다가 쏘아 올렸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한다. 우주개발에서 실패는 다반사이다. 기술 이전이 되지 않는 일단추진체와 액체연료 대가, 과학기술위성 제작 및 기타 연구비 등 나로호 발사 두 번에 날린 예산이 오천억 원에서 팔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이차 발사 실패 후 즉각 삼차 발사를 준비하겠다고 한다. 글쎄다, 복잡다단한 사정으로 이삼 년 내 가능한 일인지 의문스럽다. 추세대로라면 정권 담당이나 주체가 바뀔 게 뻔한 노릇. 다음에는 공이 어디로 튈지도 모른다. 이러저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우주개발에 기를 쓰고 달려드는 건 나름대로의 미래가치 때문이다.


별을 보며 꿈꾼 적이 있다. 눈을 감으면 아름다운 별에서 뛰노는 우리. 거기서 사람들은 비누방울처럼 둥둥 떠다녔다. 이젠 아니다. 별이 꽃으로 내리지 못하고, 꿈으로 스며든다는 등의 얘기들이 황망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꿈을 포기한 건 아니지만 사실을 제대로 직시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허나 알면 알수록 무섭다. 사실에의 접근 경우나 시선은 다 제각각이다. 받아들이는 방법이 달라 해석이 분분하다는 것도 문제이다. 그래서 다시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지도 모른다.


바둑을 두기 위해 오랜만에 친구와 마주 앉았다. 차가운 돌을 어루만지며 온기를 북돋운다. 뜨거워지기 전에 가장 차갑게 놓자. 돌을 잇거나 집을 만드는 중에 치열해졌다. 지난 봄, 머리 없는 녀석 댕기치레하듯 횡보를 일삼던 추위 덕분에 일찍 싹을 낸 꽃나무마다 냉해를 입었다. 오지게 추웠던 탓인지 올여름은 유난히 더울 것이라 했다. 말이 씨가 된다더니 조짐이 심상찮다. 내륙지방 수은주가 삼십오륙 도를 몇 번 훌쩍 넘긴다. 한이틀 전 때 아니게 영산홍이 활짝 핀 것을 보았다.
열대나 한대지방처럼 고른 일기에 머무는 사람들은 대개 유순하다고 한다. 대신 사철 뚜렷한 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유전인자에 변종이 형성된다고 했다. 일면 성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나. 제철을 놓친 꽃들이라고 다를 손가. 어떻든 생을 영위하려다 보니 악착스럽게 피워내겠지.
약속에 대한 이야기도 꺼낸다. 혼탁스러운 세상. 사는 방법을 찾을 수 없는 때이다. 이를 알고 싶은 이가 현자에게 묻는다.
"어떻게 살아야 잘사는 건가요?"
현자가 '하늘이 두 쪽 나도 약속을 잘지켜야 한다'고 했다.
"약속을 잘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한 마디하면 두 마디를 알아야지', 어린아이도 아니고. 일일히 대꾸하는 게 짜증스럽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약속을 하지 말아야 돼."
오늘 한 약속이 내일 뒤집힌다. 이를 따지면 그럴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열 가지쯤 든다. 사람들은 행위에 대한 이해나 사정을 헤아리려고 하지 않는다. 단편적으로 판단하고 편을 가르고 동조를 끌어내 무차별적인 말의 폭탄을 쏟아부어 당사자로 하여금 아연하게 만든다. 앞과 뒤가 이어질 수 없으며, 원인 없는 결과만으로 난도질 당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대마가 위태로운 것을 보았다. 훈수를 하겠답시고 옆에 있던 녀석이 머리를 긁적인다. 상대가 눈을 흘겼다. 진작 염려하고 있었지만 반상이 온통 전장터라, 미처 손을 돌릴 겨를이 없었다. 수습이나 타개는 애초 포기했다. 대신에 나는 상대방의 다른 대마에 필살기를 날렸다. 어느 게 클까. 사는 게 별 건가. 살고 죽는 게 대수인가. 어떻게 둔들 한판의 바둑. 둘이 마주보고 웃었다.
그대로 두라고 한들 아무도 멈추려고 하지 않는다. 진작 순례자는 없다. 참을 수 없어도 버티는 수밖에. 꽃 피는 뜰. 향기 진동하는 밤. 꿈을 꾸면 별이 내린다. 돌의 퇴로를 끊어 옴쭉달싹 못하게 만들고 생기를 조였다. 그래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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