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행성으로 가는 길

*garden 2010. 7. 22. 16:12




남의 집을 방문하는 것. 현관을 들어서면서부터 서먹서먹하여 내키지 않아 하는 일 중 하나이다. 이방 저방 둘러보는 건 더욱 실례이고, 나와 다른 취향을 빌미삼아 벽걸이 그림을 꼬투리 잡고 늘어져서도 안된다. 낯선이를 경계하느라 강아지가 발 밑에서 깔짝대며 짖어대는 것도 성가시다. 계면쩍음을 지우고 기껏 베란다 창을 열고 큼큼 후각을 돋운다. 구석에 둔 꽃나무들이 시름시름하다. 이미 빈 화분을 포개놓은 것까지 몇 있어서는. 남향이 좋을텐데. 옆에서 말을 끊으면 궁하다. 요즘엔 난방이 잘되어서요. 이건 뭐, 좋다싫다를 따지자는 게 아니어서. 햇빛이 잘들어야 좋아.
지금은 철거된 청계고가나 한강변을 자동차로 지나칠 때면 불만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 하나는 길과 상관 없이 방향성을 고려하여 집을 건축하면 어떨까 하는 점이다.구불구불한 도로에 면하여 나란하게 줄 세운 아파트 면들. 곡선이 아무리 멋지고 좋은들, 위에서 내려다 보면 엉클어지고 어지러운 선이 가관일게다. 제멋대로인 집 뒤편 공간은 얼마나 일그러져 있을지.


모임 활동을 마쳤다. 식사라도 해야지. 이차 장소를 정하고 옮긴다. 차마다 인원을 배분하고 위치를 알려준다.
"거기 알지?"
"행성마을이 어디쯤이에요? 아, 네. 거기서 사거리 두 번 넘어 좌회전하라구요?"
"뒤에 따라 오면 되잖아."
"가는 길에 어디 들러 볼일 좀 보고 갈게요."
일러주는 사람이나 받아들이는 사람이 머릿속에 그리는 위치가 제각각이다. 한쪽은 상대가 당연히 알 것이라 짐작하며 말하고, 다른 쪽은 근방에만 가면 어림잡아 찾을 수 있을 게라고 낙관한다. 진작 도착하여 기다리면 감감무소식이다. 전화를 다시 하고, 거기서 돌면 어떡하느냐, 얘기 할 때 무슨 생각을 했느냐고 질책한다. 별 수 없이 한둘은 바깥에서 차가 들어오는지, 혹여 지나치지 않는지 확인하려고 서성인다. 허긴 길이 고르고 랜드마크가 뚜렷하다면 금방 찾을게다. 설명대로 가 보자. 육교를 두 개 지나 구부러진 길을 감고 몇 번을 돌아 방향마저 모호한 참에 접속도로에서 바로 좌회전하라니. 거기다가 횡단보도를 넘어서는 우회전 등. 그래서 GPS나 네비게이션이 각광을 받는지도 모른다.


푸른지구에도 낯선 행성이 있다 하여 찾아가는 길. 아직은 아득하다. 거기 가면 우선 생각부터 버려야지. 아무것도 생각 말아야지. 황량한 바람이 든다면 가슴 속에다 한줌 넣어야지. 행성이야 목표점일 뿐이고, 거기로 가는 길에서라도 눈을 감을 수 없다. 언덕 위 멋진 소나무를 눈어림하며 감탄한다. 소학교 운동회에서 군무를 추는 아이들이 펼쳐 든 부채처럼 분홍 꽃을 터뜨린 자귀나무. 어둠이 오면 마주보는 이파리끼리 포개져 밤을 보낸다는데. 사실은 몸안 물기 증발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의미를 달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부부의 금슬에 비견하여 자귀나무 사랑법이라 했다나.
이런저런 일이 귀찮은 우리 꼬마를 태웠다면, 이맘때쯤 부시시 눈을 뜨며 볼멘 소리를 내뱉을 게다.
"왜 이리 먼가요, 아직 멀었나요?"
"야, 이 녀석아. 행성을 찾아드는 길이 금방이라면 개나 소나 다 오지 않겠니. 그게 뭔맛이 있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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