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한낮 서성임

*garden 2010. 8. 27. 17:49




온전히 피서를 즐기려면 홧병 두어 근을 안아야 하지 않을까.
가속페달을 거듭 밟지 않아도 서너 시간이면 거뜬하리라 단정한 게 잘못이다. 꼭두새벽에 출발했어도 간선도로에 차를 올린 순간부터 밀리니. 부닥친 현실은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 당연히 그러리라 여겼지만 아침시각도 넘기고 점심때가 가까워서도 서울 근교를 벗어나지 못해 안달한다. 우여곡절 끝에 닿은 바닷가. 어찌어찌하여 주차하고 짐을 내리는 등 부산 떨며 허겁지겁 자리잡으니 어지럽다. 오던 중 인파 북적이던 휴게소에 들러 애초에 맛이라고는무시한 김밥 서너 개를 급하게 입에 넣었더니 체했는지, 가슴께가 답답하여 견디기 어렵다. 바로 앞이 거칠 것 없이 열린 바닷가라 시원할 줄 알았는데 웬걸. 땀을 뻘뻘 흘리며 그늘막을 치는 모습을 보고는 가소로운 듯 외면하는 옆자리 아낙네. 늘씬한 각선미를 드러낼 듯 말 듯하고는 펼침의자에 비스듬히 기대 목하 독서에 열중한다. 아, 이런 데서도 느끼는 수준 차이라니. 설마 혼자 왔을 리는 만무하고. 두리번거리자 저만큼 텐트 그늘에서 잔털 부숭부숭한 허벅지를 긁으며 잠에 곯아 떨어진 곰같은 남정네가 보인다. 보아하니 애가 둘이구만. 그걸 드러내기 싫은 기색이 역력하다. 눈치 없는 꼬맹이들은 바닷물에서 천방지축으로 나대다가는 달려와 치킨 조각이라든지 먹거리를 찾아대는데, 뒤로 부랴부랴 쫓던 어른이 이것저것 챙긴다. 아무리 봐도 힘에 부친다. 바캉스라고 와서까지 애들 뒤치닥거리까지 해야 하는 어른을 어찌 모시고 왔는지.

즐거운 시간이 사방에서 요동친다. 허나 어느 것 하나 붙잡아 채울 수 있어야지. 머리를 흔들면 지난 억척일랑 가뭇하고, 아이들을 쫓을려니 예서 안보이는 바닷금만큼 남은 세월이 멀기만 하다.
다들 이러고 사는 게지. 그나저나 야들은 어디 가뿌린냐? 이 할미 힘든 거 보이지도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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