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서먹서먹한 계절

*garden 2010. 11. 9. 10:46




받아들이는 것마다 서먹서먹하게 만드는 냉기. 서리 돋은 흙이 낯설다. 심지어는 벤치마저 이리 이질감이 들도록 딱딱하다. 두서없이 떠올린다. 공원벤치에 홀로 앉아 기다리는 님도 없이 기타 치면서 노래.....한다고 읊조리던, 저음이 매력적이던 가수 홍민. 대중가요 가사도 예사롭지 않다. 어느 때 어디서든 절실한 속마음을 대신하게 만든다. 팔짱을 낀 채 심각한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나. 아주머니 둘이 곁눈질로 키득키득 웃고 지난다. 헤드폰을 덮어 쓴 뚱뚱한 처녀가 무심한 노랫소리를 내며 팔동작을 크게 하여 뒤따른다. 씰룩거리는 엉덩이 짓이 육감적이어서 혼자 낯을 붉힌다. 진동하는 손전화를 받자 마자 건너오는 우리 아이 울먹이는 소리. 수능을 앞두고는 중압감이 남산만하겠지. 아침 나절 머리를 감다 말고 심각하다. 고민할 것 있나. 바로 해결해야지. 떼밀어 쫓아간 병원에서 원형탈모라나. 주사를 다섯 방이나 맞았는데 굉장히 아프단다.
야, 임마. 다섯 군데라고 해야지. 다섯 방이 뭐냐?
통증이야 금세 지워지지만 염려될게다. 혹시 머리카락이 더 이상 나지 않으면 어떡하나.
어깨동무하고 다니는 좋은 일과 나쁜 일. 왜 나쁜 일만 있었던 듯 기억할까. 더구나 나쁜 일이야말로 떼를 지어 오는 듯 여기게 되니.


쫓김을 받던 지난 봄날. 자칫 넘어지면 내 존재감마저 허무하다. 진척 없는 일은 곳곳에서 지체되다가 사고가 터져서는 주변 모두가 불편하다. 눈을 감기만 하면 가위에 눌려 깬다. 밤이라는 솥은 깊고 어둡다. 아무리 소리쳐도 구원 없던, 고립감과 답답함으로 헤어나기 힘들던 질곡. 그렇찮아도 추운 봄 밤을 식은땀으로 흥건하게 적시고 오한에 떨어서는. 이런 때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지. 틈을 보이면 안돼. 더 큰 불행이 스며들거야. 이를 악문다. 어금니가 나간 것도 그때이지. 바람 앞 등불 같아선 견디기 어렵다.
이발소에 가면 이발보다 두피마사지를 적극 권장하는 이가 있어 반긴다. 혈액순환에도 좋고 머리카락도 빠지지 않는대나. 힘도 좋다. 굵은 손가락으로 머리통을 떡 주무르듯하며 열중한다. 헌데 어느 때부터 이 사람이 슬금슬금 피한다. 알고 보니 정수리에 주먹만한 원형탈모가 진행되어 휑하다. 이발 다음이면 표가 날 정도여서 낭패다. 자국을 보고는 진작 그런 줄 아는 이도 있다. 헌데 이마저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 앞이 불구덩이어도 뛰어들 판국에 그게 대수인가. 잡아먹으려는 이가 사방에서 으르릉댄다.


보랏빛 등롱을 걸고 여름 저녁을 밝히던 오동나무. 인제 두툼한 잎을 갈무리하기조차 벅차다. 튤립나무도 맵시 있는 잎을 떨어뜨린다. 단풍잎은 손아귀 틀어쥐듯 오그라들고, 미련없이 떨어진 생강나뭇잎, 은행잎 들이 바닥에서 몰려 다닌다. 기대를 갖지 말아야지. 지나고 나면 아무렇지 않게 새날을 맞을 때도 있을거야. 옹이를 안고서도 거뜬한 나무처럼 살 수 있을거야. 포탄 떨어진 자리처럼 뻐끔하던 내 머리는 무덤가 마른 풀 덮히듯 다시금 무성해졌다. 이른 아침이면 바짝바짝 타는 입술에 침을 묻히는 우리 꼬마를 가만히 지켜 보는 일도 힘겹지만 우짜노. 심술 난 운명에 목덜미를 쥐어선 이리저리 휘둘리더라도 견뎌야지.


















Warren Hill, Hey Jude(sax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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