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꽃과 봄과

*garden 2011. 4. 7. 21:29





그대의 봄은 어떠한가. 겨울터널 그치면 환한 봄이라 여겼다가 그렇지 않아 투덜거리지 않는가. 봄이라고 느긋한 웃음을 짓는 순간 온데간데 없는 봄의 자취 때문에 실망스러웠지. 그래도 품은 기대만으로 차오르는 봄. 봄은 정녕 마법인가.

새삼스레 세면대 위 거울을 본다. 욕구불만을 주체치 못해 부어 있는 듯한 낯빛이라니, 네는 누구인가. 흰 이를 드러내 억지웃음을 지어 본다. 조심스레 짠 치약을 칫솔에 묻히며 오늘은 이만큼의 봄을 만났으면 하고 거는 주문.
아닌 게 아니라 주문 탓인가, 보이는 사람들마다 둥둥 떠다닌다. 몸도 옷차림도 걸음걸이도 기분까지도 어제까지와는 확연히 달라 다들 우습기만 하다는 듯 낄낄거리며. 무거운 외투나 털목도리 등을 이제 눈을 씻어도 찾을 수 없다. 진작 봄을 알아차리는 건 온전히 여자들 몫인가. 가운뎃손가락 길이 이상으로 패인 가슴께가 상체를 숙일 때마다 낯을 붉히도록 만들지 않나.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를 쫓아 무심코 오르는 계단 저만큼 대롱거리는 손바닥만한 치맛단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한다. 그럴 수밖에 없을게다. 일생에 한번뿐인 찬란한 봄맞이인데 누군들 달갑지 않을 수 있나.

돈이 넘쳐나는 재단에서 땅을 사 들인다. 그리고는 실버타운을 조성했다. 노년을 맞은 분들에게 편안한 여생을 즐기게 하려고 각지에서 뜻 있는 사람들을 초빙한다. 타운 안에 필수 시설인 병원이나 식당, 휴식실 들을 짜임새 있게 배치한다. 누구나 언제나 맞을 수 있도록 쉴새없이 친절교육을 진행하여 얼굴마다에 밝은 웃음꽃을 피운다. 조경도 무시할 수 없다. 건물 사이 언덕에 화단을 조성했다. 꽃을 보면 환한 빛이 내 생과 같다고 여기게 된다. 한번 심은 꽃은 다시 심지 않는다. 여긴 천상화원이므로. 코스모스만 끝없이 하늘거리다가 키가 우뚝한 해바라기가 열병식을 벌이는가 하면, 노란 유채가 포근한 꽃방석으로 유혹하기도 한다. 어느 해에는 첫눈이 내릴 때까지 향기 짙은 장미가 버텨 보는 이들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애초 여기를 터전으로 삼던 어른들은 실버타운에서 찾아볼 수 없다. 지금에야말로 여기는 그냥 들어올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빈한하고 어렵게 살아 주름잡힌 손들이 겨울이 끝나기 전부터 딱딱한 흙을 부시고 고른다. 새봄 화원이 전과 같아서는 안됩니다. 현장 메니저가 아침마다 대못을 박고 다닌다.

음과 양이야 어디에나 있지.
어느 해 가쁘게 오르던 골목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붓으로 삐침질하듯 날렵한 꽃몽오리가 얹힌 목련 한 그루가 세상을 밝히는 광경을 보았다. 다음다음 날에야 깨달았다. 봄을 그렇게 놓치고 오다니. 부랴부랴 카메라를 챙겨 들고 달려갔지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꽃이 활짝 열려 전날의 감흥이야 없어 아쉬운 입맛으로 겨우 대신한다. 그렇게 두어 해가 지난 다음 다시 그 목련을 기억해 냈다. 하지만 나의 봄을 찍지 못했다. 봄은 나름의 제 걸음이 있어 좀체 조우를 허락하지 않았다. 올해에도 망설이지도 않고 활짝 연 목련꽃 아래서, 나는 지나친 봄을 서러워하며 못내 쓸쓸해진다.















kolektif, The Voilent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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