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마당

출렁이는 나무

*garden 2012. 2. 28. 16:52





사람을 찾으러 산동네를 헤맸다.
비탈진 길을 오르내린 지 너댓 시간여.
산지사방으로 벋은 골목을 따라 뒤죽박죽인 집을 샅샅히 뒤졌건만
집 안에 집이 있고, 집 뒤로 엉뚱한 집이 주저앉아
달랑 쪽지에 적어 온 번지만 빠진 이처럼 증발되어 보이지 않았다.
아픈 발바닥하며, 장딴지도 뻐근하려니와 허기가 져서는.
무엇보다 모래를 머금은 것처럼 텁텁한 목이 견디기 어렵다.
이미 대여섯 번째이다.
삐뚤빼뚤한 골목이 하나 더 가지를 친 삼거리 빛바랜 하늘색 나무대문 앞에 선 것이.
열린 쪽문을 기웃거리자 우물터에 어른거리던 처녀가 일어섰다.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불러내고, 열 번 쯤 지나는 사람을 붙잡아 묻는 바람에 더 이상일 수 없이 뻔뻔해져 있었다.
물이라도 얻어 마시고, 손이라도 씻을 요량이었는데.
냉큼 손짓하는 모습이 천상선녀가 따로 없다.


발이 부르트도록 휘젓고 다닌 건 아득한 전생.
비로소 싱싱해진 내게 건네주는 살구 세 알.
상큼한 미소가 눈부셔 주저앉고 싶다.
손으로 가리키는 쪽을 본다.
진득한 자태로 선 나무에서 딴 과실이라는데.
아아, 이게 바로 죽어도 산다는 살구나무구나!
명경같은 우물물에 수도하는 심정으로 비추며 품었겠지.
개중 하나를 통째 입에 넣었다.
씨앗을 피해 과육만 짓이기며 눈치채지 않게 볼을 실룩거린다.
황홀한 맛이야!
고운 달빛으로 빚은 건가, 노란 햇살을 머금은 건가.
새콤하면서도 달짝지근한, 저절로 선한 입가심을 떠오르게 만드는 열매.
참으로 조물주에게 감사하고픈 마음이다.
벙글거리는 내가 바보처럼 보이는지,
막돼먹은 것처럼 깨드득 웃었다.
입안에 굴리는 씨앗을 그냥 뱉어버리라는데,
아암, 낯선 처녀 앞에서 겁도 없이 씨앗을 '푸우~' 날렸다.
















David London, Memories Of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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