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오월애

*garden 2012. 5. 16. 13:25




우리는 아이들에게 '1'부터 가르친다. 이는 수數의 시작을 '1'로 보기 때문이다. '0'은 가장 나중에 발견되었다.
피타고라스는 자신의 사상을 기록하는 것을 금하여 저서를 남기지 않았다. 그래도 '수'가 만상의 근원이라 여긴 피타고라스 학파는 자연계의 물질을 도형으로 표현하려고 했을 뿐 아니라 수마다에 윤리적 의미를 부여했다. 홀수는 선하고 짝수는 악하다고 규정했으며, '1'은 모든 수의 근본, '2'는 여성수, '3'은 남성수, '4'를 사랑의 수, '5'는 솟수로 '2'와 '3'의 합이기도 하고, '1'과 '4'의 합이며 소우주로서의 인간을 나타낸다고 했다. '6'은 결혼의 수로, 여성수 '2'와 남성수 '3'을 곱한 값이라고 했다.

사지를 뻗은 사람의 꼭지점을 이으면 오각형이 만들어진다. 오각형 꼭지점을 내선으로 이으면 별 모양이 된다. 이를 따라가면 끝나는 점이 없다. 그러므로 '5'는 별처럼 완전성과 힘을 상징한다. 오각형 별은 원처럼 전체를 대신하기도 한다. 미국 버지니아 알링턴에 있는 미국방성을 펜타곤이라고도 한다. 미국의 신新국가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 건물 중 하나인 펜타곤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5'라는 수를 기본으로 한다. 우선 전체 건물 모양이 오각형이며, 다섯 개의 고리로 구성되었고, 층수도 오층이며, 중앙광장의 면적도 5에이커이다. 건물 설계 당시 국가적 의미로 성조기의 별 끝을 연결하였다고도 하는데, 면적이 넓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세 배나 되고, 미국 의사당 건물도 펜타곤의 다섯 개 각 중 하나에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덩치가 크지만 펜타콘은 효율성이 뛰어나다. 바퀴살처럼 뻗은 복도 열 개가 건물 각 부분을 연결하므로 어느 지점이든 7분 안에 갈 수 있다.
'펜타그램'pentagram(pentacle, pentangle)이라는 것은 오각의 별 모양이다. 이 도형의 기하학적 구조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피타고라스 학파, 프리메이슨, 영지주의자, 카발리스트, 위카교도 등이 마법이나 오컬트의 표상으로 사용했다. 펜타그램이 신비로운 건 '5'라는 숫자가 신비하기 때문이라는 이도 있다.
'5'는 인간적인 것과 관련 있는 수이다. 예수는 머리에 씌운 가시관으로 입은 상처 외 몸의 다섯 군데, 즉 못으로 박힌 두 손과 두 발, 창으로 찔린 옆구리에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성경에 따르면 예수는 5조각의 빵으로 5000명에게 나눠주었다고도 한다.
참고로, 영어 구문에 있는 'Five the five'는 '완전히 알아 듣다'라는 뜻을 나타낸다.

고대 중국인들도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의 5개 기본요소, 5개의 행성, 5개의 계절, 5개의 감각과 5개의 색,음,미각이 있다고 믿었다. '5'는 중심과 기본방위를 가리키는 네 점을 합한 숫자이다. 5는 명상과 종교, 섭리, 다재, 오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다섯 잎을 펼친 꽃, 다섯 개의 끝을 가진 잎은 소우주를 나타낸다. 우리는 손발에 각각 5개의 손가락을 지니며, 5감을 갖추고 있다.

5는 n제곱을 아무리 해도 마지막 숫자가 5로 끝나기 때문에 순환수라고 한다. 옛날에는 5리마다 흔한 오리나무를 이정표로 심고, 10리나 20리 간격으로 시무나무를 심었다. 그래서 갈잎큰키나무인 시무나무를 스무리나무라고도 하는데, 겨울이면 나뭇가지가 단단한 가시처럼 변해 보기에도 무시무시하였다. 이 시무나무의 위압적인 가시 끝에서 연하디 연한 싹이 돋아나는 모습을 생각해 보라.
올해는 십이지 신상 중 다섯째 번 동물인 용의 해이지만 일곱째 번 동물인 말은 시각으로는 오전 열한 시에서 오후 한시, 계절적으로는 오월 절기, 방향으로는 남쪽에 해당되는 시간신時間神이자 방위신防衛神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조상들은 이에 해당하는 시간과 계절, 방향에서 오는 나쁜 기운과 액운을 말이 거뜬히 물리친다고 생각하였다.

의상이 정신의 발현이라지만 차림이 바로 의식과 연결되는 것은 질색이다. 그래도 개량한복을 차려입은 이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내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정서 때문이지 않을까. 옛고구려 고분 벽화에 나타나는 여러 색깔의 옷을 입은 생활풍속도, 열여섯 품위의 관위를 색으로 표시한 백제의 제도, 심지어는 신라도 품계에 따라 다른 색의 옷을 입게 했던 제도로 보아 우리는 일찍이 발달한 염색기술과 다양한 색문화色文化가 있었음을 입증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오방색五方正色을 기조로 색을 구사하였는데, 이는 음향오행의 우주관과 방위관념에서 나왔다. 청색인 좌청룡, 백색인 우백호, 붉은색의 남주작, 검은색의 북현무, 중간의 황색 등은 나중 사이색인 홍紅·벽碧·녹綠·주황朱黃·자색紫色 등으로 응용하여 발전시켰다.
색감色感은 물론 천연 염료를 사용하여 표현하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자연을 입는다. 무공해일 뿐만 아니라 병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기도 한다. 염료는 염색 천의 재질감을 십분 살리고, 섬유를 더욱 질기게 한다. 또한, 염료 식물의 색은 혼합색이어서 깊은 맛이 우러나며, 결코 튀지 않아 다른 색과 잘 어울린다.

음악에는 '펜타토닉 스케일'이라고 해서 5음계로 이루어진 선율이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가락도 '궁, 상, 각, 치, 우'라는 5음계를 기본으로 한다. 물론 우리 민요인 '아리랑'도 5음계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에 어울리는 것에 또 무엇이 있을까. 오월의 편지, 오월의 노래, 오월의 사랑, 오월의 신부 등 그냥 갖다 붙여도 어느 하나 어색한 구석이 없다. 나는 오늘도 친구와 선술집에서 홀수를 외치다가 빈 병을 다섯 개나 남기고서야 일어났다. 산기슭을 따라 조금씩 내려온 꽃 향기가 배인 길을 혼몽하게 걸었다. 이대로 밤새 걸어도 괜찮을 것만 같은 기분으로.











Jeanette Alexander, Common 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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