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강을 건너가는 비

*garden 2012. 8. 16. 16:52




추적이던 비가 사뭇 거세다. 퉁탕거리다가 차츰 가슴에 들어앉는 빗소리. 마음 한곳에 고이는 생생한 기분에 들뜨기도 한다. 실로폰 소리처럼 보도에 내려 튀는 빗방울에 더위가 흐물흐물 녹아 내렸다. 주체하기 어렵던 정념도 이참에 지워 버려야지. 물기에 젖은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이나 충무공 이순신상이 다른 때보다 유난하다. 아랫지방엔 폭우라는데, 비 마중으로 쫓아나온 이들이 적지 않다. 비를 반가운 손님처럼 맞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이도 많다. 묵직한 거북선 옆으로 아로새겨지는 물길. 과연 노를 저을 만큼 차오를 수 있을까.
이런 날엔 귀청을 때리는 락에 파묻혀 진한 커피에 데니시 페이스트리라도 한 조각 곁들이면 어떨까. 출출하지도 않은데 때아니게 달콤한 맛을 그린다. 일말의 망설임과는 달리 눈은 잰걸음으로 쫓아갔다. 하지만 불빛 아늑한 카페에 들어서 멋모르고 가운뎃자리에 앉았다가는 불에 데인듯 일어섰다. 짝을 지어 소곤거리는, 여긴 연인들만의 세상이다. 내가 머물기에 민망할 정도로. 그러고보니 혼자이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동행 없이 다닌다는 생각을 어느 때부터 할 수 없게 되었다. 끼니도 때가 되기 전 당연히 집으로 쫓아가는 게 마땅했다. 비할 바 없이 다소곳해졌다. 야생의 감각이라고는 싹을 잘라 지우고, 밋밋한 생활에 젖어 반발조차 하지 않고 지낸다. 질기게 살아 남아야지. 오늘은 진종일 헤매어 젖은 발치께가 꺼림칙하다. 이래서야 원, 습기라도 지워야 하는데. 한길에서 나앉은 골목 한정식 집 메뉴에서 떡국을 찾아냈다. 때가 아님에도 북적이는 가게 안 동태를 살피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서넛 정도의 종업원이 바쁘게 오간다. 갖고 온 떡국이 싱거워 간이라도 부탁하려고 했더니, 내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어이!' 하고 불러도 소리가 묻히고, '이봐요.' 해도 마땅찮다. '여기요!' 하다가는 차라리 일어섰다. 이름표라도 달고 있으면 좀 좋지 않을까. 자기 이름은 소리에 묻히더라도 알아들을 수 있을텐데 말야. 카운터에 이르자 듣는 이는 의외라는 눈치이다. '원래 싱거워야 하는데요.' 그래서인가. 다들 주는 대로 잘도 먹는다. 어릴 적 기억으로 찾은 음식에 모르는 섭식의 비밀이 있었다니. 고명으로 김치나 무짠지를 얹어 먹을 수도 있지만 간은 제대로여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짜게 먹는 편도 아니고 말야. 들어와서 소금이나 간장을 요구하는 이는 제법 나이가 지긋한 이들 뿐이다. 흘려버린 지난 시절, 이맘때의 보상을 사회적인 약속으로 은연중 받아들인 것만 같은데 말짱 헛것이다. 그런 데서 오는 반감도 있을게다. 어쩔 수 없이 떼밀린다고 생각하는 세대. 아는 듯 행세하지 말아야지. 그래도 더러 시야를 가로막는 불편함이 싫다. 받아들이거나 맞서거나 이를 해소하려니 늘어놓는 변명이 길기만 하다.












Lake Of Tears, So Fell Autumn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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