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바람 부는 곳에서

*garden 2014. 9. 23. 15:56




바람이 건조하여 팍팍하다. 이제 세칼도 일겠지. '바람의 언덕'이라기에 거제 갈곶리를 떠올렸더니, 태백 추전역에서 바라보는 매봉산을 가리킨다. 얼핏 봐도 여덟아홉 개의 풍력발전기가 우뚝한 산정. 그렇찮아도 건성으로 탄 대덕산 금대봉이 성에 차지 않던 참이어서 거기를 오르기로 했다. 빗방울이 떨어지다가 바람에 날려 검룡소로 가면 한강으로, 또 다른 방향으로 치우쳐 황지연못이면 낙동강으로, 동쪽으로 가면 오십천으로 흘러 각각 서해, 남해, 동해로 가 나중에야 한 물로 만나게 한다는 삼수령, 이곳 사람들이 피재라고 부르는 곳에서 산길로 접어든 다음 자작과 잎갈나무 조림지대를 지나면 비탈진 언덕을 따라 펼쳐진 광활한 고랭지 배추밭이 보인다. 대개 초여름에 심어 가을 무렵 출하한다고 했다. 산 아래는 배추잎마름병이 돌아 밭마다 방치한 배추가 널려있었다. 술자리에서 함께한 사람이 혀를 찼다.
'다 욕심 때문이지요. 그저 연작으로 마구 파종하더라니.'
다행히도 이곳 비탈밭 배추는 수확한 뒤다. 밭에 돌투성이라더니 과연 그렇다. 기후가 서늘하고 운해가 들이차는 지역. 물 저장탱크가 있어도 워낙 높은 지역이라 해갈 수단이 될 수 없다. 밤새 공기 중 수증기가 차가운 돌에 물기로 맺혀 채소에 물을 대는 격이라 했다. 그렇게 알뜰하게 자연을 이용하는 지혜에 고개를 끄덕인다. 백두대간 중 낙동정맥의 마지막 산으로, 함백산에서 이어진 대간길을 따라 자기 키만한 배낭을 진 이들이 수없이 건너왔다. 간혹 바람 방향이 맞아 도는 풍력발전기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가슴을 후벼판다. 애절한 구절초에 담빡 얹힌 햇살을 보며 안부를 묻는다.
'그대도 안녕한가!'












Isao Sasaki, Sky 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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