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는 얼마만큼이어야 좋을까.
다가가지 못해 한숨을 쉬거나 한 몸이 되지 않아 울고불며 발버둥치기도 한다. 그럴수록 부질없다. 지난 다음에는 후회하게 된다. 생각과 이상과 현실이 눈에 들어오면 '아차!' 싶다. 우리 사이가 닿지도 떨어지지도 않을 만큼이면 어떨까 하고 눈어림한 적 있다. 여기서 거기까지가 딱 좋아. 물리적 지근거리와 정신적 여지까지 고려한 것이다. 허나 그것도 지켜질 수 없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평정하고 싶어서.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 해도 고개를 가로젓는다.
혼자 남아 있게 된다고 떠올리는 건 두렵다. 못난이라고 자책하며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겠지. 제대로 살지 못했다고 비통해하며 눈물 흘리겠지. 손 내밀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못한 것에 대하여 땅도 칠게다. 어두운 곳을 지나 간밤의 일이 꿈이 아니었을까 의심하기도 한다. 실검 단어에 '신해철'과 그 '부인', 그리고 스타를 영면하게 만든 '장협착증'에서 유작이 된 '민물장어의 꿈'과 빈소를 다녀간 '지인들의 이름'도 단번에 보인다. 남은 사람들은 스스로 만족스러울 때까지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가 찾아내고 들춘다. 그것만이 위안인양.
아주 오랜 옛날, 우리가 채 원형질의 형상도 갖추지 못했을 때 끓어올라 산이 되고 골이 된 기적을 잊었는가. 그대 누웠다면 이제 일어나라.
David London, Blueprints of The He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