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글쓰기와 다듬기에 앞서

*garden 2014. 11. 18. 08:52




청탁한 원고를 받았다. 전래동화를 기반으로 각색한 창작동화였는데, 딱히 내용이 와 닿지 않는다. 결말도 흐지부지해 읽은 다음 줄거리를 알 수 없을 정도였으니. 동화라는 게 어떤 글인가. 아이들이 읽는 글이라고 순수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꿈과 희망을 담아, 읽는 중에 갖가지 꽃이 피고 별이 쏟아지며 새가 노래 부르고 향기가 나게 할 수는 없을까.
창작동화이므로 작가의 의향이 중요했다. 고칠 엄두도 못내고 틀린 글자만 찾아 바꾼 정도였는데, 아무리 읽을거리라지만 밑도 끝도 없는 글을 내놓을 수도 없는 노릇. 인쇄소에 넘어가야 할 판국에 뜯어 고치기 시작했다. 읽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보고서야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그 참에 어법에 맞지 않는 글자도 눈에 띄어 이를 교정 본 담당자를 싸잡아 욕하면서 씨름하기를 한나절. 우여곡절 끝에 겨우 앞뒤 맥락이 통하는 이야기가 되었다. 허나 원래 창작 원고는 온데간데 없이 급조된 어설픈 글이 난감하다. 그렇다고 지금 과정을 탓할 수도 없는 일. 새벽녘에야, 집필작가에게 연락하여 내용이 마땅찮아 손보았다고 양해야 구하지만 썩 개운치 않다.

글로 정보를 읽히고 전달하는 일은 인류가 문자를 발명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문자를 늘어놓고 조합하여 만드는 글은 말처럼 쉽게 사그라들지 않아 바르고 정확하게 써야 한다. 누가 읽든지 쉽게 알 수 있어야 하고, 이해하며, 다른 이에게도 거뜬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글밭에 종일 파묻혀 있거나 헤매어도 피곤한 줄 모르고 지나왔다. 자기 일에 만족을 느낄 수 있다면 그야말로 천국이지 않은가. 문장을 다듬거나 글쓰는 일이 좋아 평생 매달려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로는 내용 전개보다 틀린 낱자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는 통에 나무만 보고 숲을 지나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때도 있다. 아무려면 어떤가. 감각적인 글이나 논리적인 글은 쓰임새와 읽는 법 등이 다르지만 나름대로 제대로인 글을 읽고 나면 우선 뿌듯하다. 반면에 엉성하거나 어법에 맞지 않는 글은 읽으면 답답할 뿐더러 피곤하다. '과잉교정인간'이 우스개가 되기도 하는 세상이지만 그럴 때면 아예 처음부터 다시 글을 뜯어 고치고 싶어 안달한다.
생각을 정리하여 진솔하게 글로 나타내기는 어렵다. 더구나 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 어디 예삿일인가. 글은 곧잘 의도와 다르게 쓰이거나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아 스스로를 한탄하게도 만든다. 하지만 능력에 앞서 글을 쓰거나 다듬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나 열정적이기를 바라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후배들에게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덕목이기도 하다.














Giovanni Marradi,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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