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스마트한 세상

*garden 2014. 12. 2. 14:26




'전화기 있지? 좀 줘봐.'
'왜?'
'전화기를 두고 왔는데, 아이 엄마에게 연락해봐야겠어.'
몇 번이나 시도하던 친구가 투덜거린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고.
'왜, 받지 않아?'
'아마 낯선 번호여서 그런가봐.'
스마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원하는 것만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것은 걸러낸다. 낯선 길도 일러주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즉각 찾아주며, 입맛이 없을 때는 근방 맛집도 안내하는 스마트폰. 만능기능이 탑재되어 있는데 심심할 겨를이 없다. 곳곳에 친구가 이어져 있어 오밤중에 연락이 오기도 한다. 십이월 모임에는 빨간 산타 모자를 쓰고 모이자는 둥. 이제 궁금한 게 있어도 아이는 내게 묻지 않는다. 스마트폰에서 답을 구할 수 있다고 믿으므로. 자나 깨나 밥상머리에서도 게임에 열중하며 놓지 않는다.
'야, 스마트폰이 구원줄이냐?'
그게 '스마트폰 바보'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해도 한 귀로 듣고 흘린다. 스마트폰으로 듣는 강의보다 한 장씩 책장을 넘겨가며 읽은 내용이 더 효과적이라고 해도 웃음으로 얼버무릴 뿐이다.
헌데 스마트폰에 그리 의존치 않는 나도 가끔 스마트폰을 어디 두었는지 몰라 당황할 때가 있다. 집 안 어디엔가 있겠지 했는데 그렇지도 않다. 설마하다가 낭패 볼 수는 없다. 최근 동선을 머릿속에 열거해 보았다. 운동을 한답시고 두어 군데 갔으며, 사무실과 집, 아니면 식당 어느 곳에 흘렸을까. 그래도 찾지 못해 별 수 없이 통화정지를 해 둔다. 통신회사에 연락하여 이런저런 사정을 말하는데, 상냥한 어조로 전화를 받는 상대는 절대 동정적이지 않다. 기종이나 개통시기 등을 묻는데 별걸 다 기억하고 있어야 하나 보다. 아니, 그전에 내 스마트폰 전화번호를 묻는데 그걸 바로 답하지 못해 쩔쩔맨다. 내가 언제 내게 전화를 한 적 있어야지. 있을 때야 모르지만 스마트폰이 없어지니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잃으면 저장해 둔 전화번호까지 몽땅 없어져 버려 그야말로 깜깜해진다고 한다. 사람들이 요즘 노래방에 가지 않으면 제대로 노래 부를 수 없는 것처럼. 수치에 그럭저럭 밝아 안보고도 기억할 수 있는 전화번호가 제법 되었는데 어느덧 그게 옛말이다. 생각해 낼 수 있는 게 손에 꼽을 정도도 안되니 염려스럽기도 하다. 어떤 때는 차 번호마저 알쏭달쏭할 때가 있어 이게 병인지, 나이들어 가는 탓인지 구분할 수 없을 지경이다.
루게릭병(ALS, 근위축성측색경화증)을 앓고 있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최근 자신이 사용하는 의사소통 장비를 업그레이드했다. 와중에 장비 안에 포함되어 있는 인공지능 기본 기술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생각하는 기계'(인공지능)를 만들려는 인류의 노력이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를 덧붙였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진화하는 세상, 거기에 맞춰 사람들이 편리해질수록 우리는 바보처럼 점점 맹목이 되는 것은 아닌지.





 

 

 








George Winston, [Dec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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