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마당

봄맞이

*garden 2016. 3. 18. 15:05




텁텁한 막걸리 한 통이면 족하다. 이제 독한, 막된 살이는 그만. 순하게 살자. 아암, 줄여야지. 그래도 아직 멀었어. 날마다 빠뜨리지 않고 술병을 꿰차고 올라오는 게 못마땅하다. 눈 흘기며 쏘는 지청구를 한 귀로 흘리고 딴전 핀다.
"아무래도 중독이지요!"
"그 정도라면 마실 엄두도 못낼 걸."
아무래도 두 병은 안돼. 배가 불러 넣을 수 없다. 그럴 때면 함께한 자리에서 소주를 빼앗아 먹기도 했다. 알딸딸함이 예전만 못하다. 십여 년 안팎의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레 뜬다.
"아니, 소주도 드십니까?"
어떤 자리에서건 막걸리 한 병이면 딱, 그쳤는데 의아한가 보다. 오래된 친구가 말을 막았다.
"어헛, 몰라서 그래! 예전 술이 어디 간대?"
한껏 마셔도 취하지 않는 밤은 한밤중에도 떨거럭거리며 혹시 남아 있을 집 안 술을 뒤졌다. 아파트 건너편 한둘만 켜진 불빛을 안쓰럽게 바라본다. 저리 잠 못 이루는 그대는 누군가. 줄곧 직진인 삶이 아니었다면 아마 술을 마시지도 않았을 게다. 열어둔 창가에 불현듯 스며드는 달보드레한 향기.
'어디서 매화나무가 꽃을 피웠나 보네.....'
보일 듯 사라진 여우별처럼 그렇게 봄이 온다. 다소니도 그릴 수 없으니. 아직 겨울 속에 머물러 있고 싶다고 네비 일러두어야지.












Dan Gibson, Canon In D Maj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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