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다니기만 하던 태영이, 누워 손으로 발가락을 잡고 조물거리다가 어느 때 탁자를 잡고 선다. 바닥에서 보던 것과 다른 삼차원 세상이 놀랍다. 숨을 죽였다. 아아, 아기곰도 처음 이와 같이 몸을 세웠을 걸. 고사리손을 저으며 균형을 잡고 생애의 힘을 짜냈다. 기어코 뗀 한 발. 그 위대한 첫 걸음에 환호성이 이어졌다. 태영이는 털퍽, 주저앉았지만 제 어미가 쫓아가 꼬옥 안았다. 이보다 큰일이 어디 있을까. 눈가에 머금은 이슬이 반짝인다.
나도 그렇게 첫 발을 내딛었다. 걸음이 잦고 눈에 보이는 것만큼 생각이 길어져 여기저기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 안달도 한다. 그래도 계단을 오르듯 높은 산을 오르듯 한발한발 뚜벅이로 나아가면 거뜬한 세상이 보였는데, 이제 저곳 등성이까지 단번에 날아오르고 싶으니. 이러다 뚝! 떨어져도 할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