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인다. 소음이 그치지 않았다. 밤새 난리법석인 바람. 허공중에 심을 박고 소용돌이가 일어 윙윙대는 소리가 우리 머릿속에서 들렸다. 흔들리는 집에서 곤한 잠에 눌려 두꺼운 무명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어머니가 대청 미닫이를 열고 바깥을 내다보는 기척을 아득하게 들었다. 끈을 잡고 있던 어둠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도깨비 방망이를 내리치듯 순식간에 아침이 열렸다. 여느때와 달리 어수선한 마당을 보고 어머니는 진저리를 쳤다. 기왓장도 한두 장 바닥에 떨어져 있고, 페인트 칠이 벗겨진 물받침 함석 홈통 조각이 덜컹대며 소리를 낸다.
"에구, 무시라! 시상에 밤새 바람이 우째 그리도 억세노?"
밥 숟가락을 놓자말자 쫓아나간 방천둑에는 온 동네 사람이 다 나와 있다. 바짝 마른 둔치 위 희끗한 눈밭을 서성이는 바람이 불어온다. 얼얼한 뺨과 귀를 어루만졌다. 건너편 대나무 숲이 물결처럼 흔들린다.
"겨울 끝자락이겠지?"
"그래서 다들 쫓아나오지 않았남."
"아따, 바람 끝에 묻어오는 봄냄시라도 맡을 수 있을래나!"
아이들이 탄성을 질렀다. 뭉뚱그려지지 못한 소망이지만 부풀리고 흔들리며 솟아오르는 바람을 타고 꼬리를 흔들던 연이 요란스레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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