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커피 냄새가 좋은 아침.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버티도록 만들어주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우리 나라의 등뼈에 해당하는 백두대간에서 삐져나와 서쪽 끝 문수산까지 이어지는 한북정맥 어림의 용화산은 가곡으로도 익히 아는 성불사 터가 있다. 지리적으로 멀지 않아 단번에 쫓아가 오를 수 있는 산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길이, 도로가 국력이라고 했다. 주말이면 춘천 사람들은 서울로 달려온다고 한다. 반면 산행 들머리로 시작한 배후령 터널이 뚫리면서 양구 사람들은 춘천으로 달려와 여흥을 즐긴다고 한다. 바야흐로 고속도로가 놓이고, ITX까지 연결된 탓이다. 자연히 낭만적이던 구불구불한 경춘국도 46번 도로는 이제 추억이 되고 말았다.
나이 들어 비로소 산을 사랑하게 된 기분이다. 그야말로 산이 좋아 산을 닮고 산이 되어 산으로 남기 위해 틈만 나면 달려간다. 허나 주말임에도 산이 휑하다. 여긴 원래 사람이 드문 산인가. 아니야, 다들 봄을 찾으러 남쪽으로 달려간 탓일거야. 그러고보니 고산지대는 아직 겨울 끝자락이다. 산정으로 향하는 뒤쪽 눈밭을 엉금엉금 기고 굴참나무 군락을 지나 신갈나무와 박달나무도 스쳐 지나 벼랑 위 우뚝한 소나무 그림자에 감탄하며 내달린 십이킬로미터가 넘는 고된 여정이 이토록 머리를 맑게 해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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