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索一音

The Beatles, Girl

*garden 2018. 1. 6. 02:30








불면증은 아닌데, 곧잘 피곤해도 잠들 수 없다. 대체로 잠이 없는 체질이라지만 요즘 정도가 심해졌다. 어둠과 함께 뒤척이다가 결국 일어났다. 두시가 훌쩍 넘었을걸. 컴퓨터를 켰다. 미간을 찌푸린다. 빛의 명멸로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다. 밝기가 순식간에 바뀌어 망막에 통증을 일으킬 정도이다. 눈부신 액정화면에 적응하기까지는 한참 걸렸다. 헌데 이 시각 여기 매달릴 정도이면 폐인이지 않을까. 그런데 이것 봐라, 바둑 사이트에 접속하자 의외로 대국자가 많다. 밤이 주는 안온함, 홀로 된 적막감, 자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고독감 들 탓일까. 잠깐 만에 미상불 대국 신청이 여기저기서 온다.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썩듯' 세상 모르고 흘려보낸 시간. 그게 아까워 가급적 멀리 하려 해도 습관이란 어쩔 수 없다. 안절부절하면서도 한눈 팔고 여지를 둔다는 게 현실도피에 대한 갈망 때문이지 않을까. 집을 짓고, 땅을 차지하기 위하여 보이지 않는 상대와 엎치락뒤치락하기를 몇 판 거듭하자 새벽이 가깝다. 별안간 배가 고프다. 냉장고를 열었다. 책상 등만 켜둔 채여서 생각지 못했는데 거기도 빛이 한아름 들어앉아 있다. 익숙하지 않은 빛 속을 뒤져 사각파이를 꺼냈다. 집 앞 백화점 식품점을 돌아오는 중 누군가 권하는 바람에 생각 없이 챙겨 왔을걸. 식구 중 손대는 이가 없어 며칠째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헌데 난감하다. 손만 대면 부서뜨려진다. 파이를 뜯으면서 마우스를 만질 수도 없고. 갸웃거리다가는 '이걸 왜 사 왔지' 하며 몇 번이나 후회한다. 봉지를 뜯어 버렸으니 다시 넣어 둘 수도 없다. 인제 바둑이나 웹 서핑이 문제가 아니라 파이 처리가 관건이다. 조심스레 뜯어 먹을 때마다 묻어나거나 바닥에 흩어지는 조각. 이렇게 불편한 채로 먹을 수야 없지. 가위를 찾아와 봉지 속에 든 채로 조심스레 잘게 잘랐다. 이제 크기가 큰 것부터 골라 먹는데 참나, 파이가 두 개짜리여서 먹어도 먹어도 남아 있다. 다음에는 숟가락까지 동원해 허겁지겁 부스러기를 떠먹었다. 부스러기에서 씹히는 것은 무엇일까. 막연하게 파이에 뿌려둔 굵은 설탕 입자이기도 하겠지만 불순물도 있는 듯하여 입을 씰룩거린다. 어설픈 시력으로 이를 분별할 자신이 없으니. 포만감 없이 찌부둥한 느낌만 남았다. 세면실에 들어가 이삼일 손대지 않은 까칠한 턱수염을 밀었다. 피폐한 저 이는 누구인가.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할 삶을 인 사내가 거울 속에서 슬금슬금 나를 외면하고 있다.








The Beatles, Girl


Is there anybody going to listen to my story
all about the girl who came to stay?
She's the kind of girl you want so much
it makes you sorry
Still, you don't regret a single day.
Ah girl! Girl!
내게 머무르려고 찾아온 소녀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들을 사람 누구 있소?
아마 당신도 좋아할 타입의 소녀예요
바로 그 사실이 당신을 슬프게 하겠지만
아직도 당신은 단 하루도 후회하지 않네요
아! 소녀여, 소녀여

When I think of all the times I've tried so hard to leave her
She will turn to me and start to cry
And she promises the earth to me
and I believe her.
After all this time I don't know why.
Ah, girl! Girl!
내내 어렵게 결정해 그녀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할 때마다
그녀는 날 쳐다보며 울기 시작할 것이라
그리고 그녀는 잘 하겠다고 굳게 약속했고, 난 그녀를 믿었지요
지금에서야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아! 소녀여, 소녀여

She's the kind of girl who puts you down
when friends are there, you feel a fool.
Didididi....
When you say she's looking good
she acts as if it's understood.
She's cool, cool, cool, cool,
Girl! Girl! [Was she]
그녀는 친구들이 있는 데서 당신을 비굴하게 만드는 그런 여자예요
당신이 바보가 된 것처럼 느끼게 하지요
그리고 당신이 그녀가 아름답다고 말하면 그녀는 정말 그런 듯 행동하지요
그녀가 아주 멋진 것은 사실이지만요
오! 소녀여, 소녀여

Was she told when she was young the fame
would lead to pleasure?
Did she understand it when they said
That a man must break his back to earn
his day of leisure?
Will she still believe it when he's dead?
Ah girl! Girl! Girl!
그녀가 젊을 적 명성이란 게 즐거움으로 이어진다는 걸 들었을까요?
그녀는 그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이해했는지...
-남자란, 여가시간을 갖기 위해 죽도록 열심히 일해야만 한다는 걸...
그가 일에 지쳐 죽는다고 해도 그녀는 아직 그렇게 믿을까요?
아! 공주병에 걸린 소녀여!



우연히 알게 된 여자에게 공주병이 있다. 남자란, 모름지기 죽어라고 고생해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자. 가사로 봐서는 미모가 제법 출중한 모양이다. 허나 마음 씀씀이는 젬병이다. 이 여자가 때로 남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친구들 앞에서 예사로 창피를 주고. 그래서 떠나려고 했는데, 그녀가 울면서 애원해 차마 그러지도 못했다. 버리자니 아깝고 함께하자니 힘들게 하는 여자.
앨범 'Rubber soul'은 '65년 12월에 발표되어 1966년초 인기차트 정상에 6주 동안 머물렀다. 당시 'The Beatles' 인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으므로 그들의 음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관심이 집중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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