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달 문

*garden 2018. 3. 9. 02:30








늦으막히 정월대보름 달이 떴다. 아쉽다. 심술구름이 엥간해야지. 블라인드를 치듯 숨바꼭질시키는 바람에 저녁 내내 온전한 얼굴 한번 볼 수 없다.
뭐시냐, 어릴 적 엄니와 함께 달 보며 뭔가 빌기도 했는디.
그서 뭐혀유? 빨랑 자야제.
아, 댐배나 한모금 빨구. 일케 잠 안오는 것도 조만간 진창 자라고 허는 거 아녀?
기래도 바람이 장난 아이구마. 으실으실해 감기 들겄쑤. 이만 들오소.
정월 열나흗날 밤에 누가 잔대. 자기만 해봐. 눈썹에 하얀 밀가루를 떡칠해 놓을거여.
그랬던 달이 이른 새북 독산동 고갯마루를 끄적끄적 올라갈 때 길 위에 떠억 걸렸다.
앙이, 저게 달인감!
우째 저리 크나?
어젯밤 달이 아녀, 틀림없는 새 달일세.
마침 따라오는 차가 없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쿨럭쿨럭대는 차. 핸들을 어루만지자 잠잠해진다. 달을 가로질러 건너는 리어카 하나. 컴컴한 골목길을 언제 빠져나왔을까. 힘쓸라믄 이른 아침이라도 든든했어야지. 파지를 제법 챙겼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저리 바지런해야겄지. 달 아래쪽을 슬쩍 깨문 파지가 오늘 하루 양식이나 될라나.
'꿈은 이루어진다'고 설파하던 자수성가한 어느 회장 말씀. 꿈도 단순히 꾸면 안된다나. 실체화시키라고 했다. 꾸는 꿈의 목표점을 정한 다음 구간구간마다 구분해 도표를 그리고, 거기 따른 세세한 계획을 세우라고 했는데. 저 할부지 오늘 목표량은 얼말까. 후딱 걷어 팔아치울 파지량이 점점 많아져 삶이 거뜬해지고, 장판 아래 쟁일 돈이 두둑해진다고 믿을까. 쟁반 만한 보름달 아래를 지나는 리어카가 계수나무 아래 걸려 주춤거린다.








Ray Lynch 'Deep Breakfast (1984)'
Ray Lynch: Keyboards, Piano, Guitar / Tom Canning: Keyboards (T. 02) / Beverly Jacobs: Flute / John Strauss: Viola



미국의 기타리스트이자 루트 연주자인 Raymond 'Ray' Lynch는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접했고, 열두살 무렵에는 안드레스 세고비아 음악을 듣고, 기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스무살 무렵에 스페인으로 유학, 클래식 기타를 공부했고, 미국으로 돌아와 텍사스 대학에서 교향곡과 실내악 작곡을 공부한다. 클래식 기타와 전자음향을 조화시킨 음악을 시도하여 1983년에 앨범 'The Sky of Mind'로 데뷔하고, 1984년 두 번째 음반 'Deep Breakfast'를 발표하면서 뉴에이지 음악계의 큰 별로 떠올랐다. 음반사와 계약하지 않고 직접 제작한 이 음반이 백만 장 이상 팔리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Ray Lynch, Celestial Soda 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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