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곳을 헤맨다. 이건 제자리를 맴돌기만 하는 게 아닐까. 가만, 돌아가야 하는 길은 어디지. 끈을 잡고 있었는데 그게 어디서부터인가 엉킨 듯하다. 누군가에게 뭔가 전달해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 그러다보니 생판 낯선 거리 가장자리에서 허겁지겁 달리기만 한다. 때로는 자전거 페달을 가슴이 부풀어 터지도록 밟기도 하고, 그게 어느새 자동차로 엑셀레이터로 바뀌어져 있기도 한다. 왜 이렇게 깊이 잠들지 못할까. 달리다가 지치면 잠을 깼다. 뒤척이며 돌아눕는데, 십분이 멀다 하고 깨기를 거듭한다. 정신이 돌아오면 아프다. 통증이 해일처럼 덮쳤다. 아랫배가 당기는가 하면 허리께나 어깨쪽이 마비된 듯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별수없이 일어서면 몸을 바로세우지 못해 비틀거렸다. 두통도 엄습했다. 근골이 분리된 것처럼 겉과 속이 따로 놀았다. 크게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다. 이게 뭔 조화이지. 견딜 수 없다. 떨치고 일어나 북한산으로 갔다. 바람이 싸늘해 손이 시릴 지경이다.
경사진 바위에 스파이더맨처럼 매달려 있거나 참새처럼 깡총걸음으로 뛰어넘기를 수십 번. 한겨울이 새삼 닥친 것처럼 추운 날, 다들 비감하다.
장군봉 아래 모습이다. 비스듬한 바윗면을 기어와서 암릉을 올라야 한다. 아랫사진은 건너편 어금니와 파랑새바위이다. 이름하여 북한산 파랑새능선. 갖은 애를 쓴 끝에 비로소 올랐다. 사방을 둘러보는 순간 바람이 우레처럼 몰아쳤다. 사월 눈이 앞을 자욱하게 가렸다. 폭설주의보가 발효되었다는데, 오후 나절 해가 떠있었으면 서너 뼘은 훌쩍 지났을거야. 바위에 눈이 덮히면 큰일이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서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