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어쩌면

*garden 2018. 6. 10. 02:30











깃털처럼 떠올라 너울거리다가
푸르른 숲에 길게 몸을 뉘었을 때
아, 익숙한 기분이 되살아났어
잊은 듯 채워진 풋풋한 향기와 지운 어떤 일을 기억해 내려고
생각에 잠겼어

어쩌면 당신과 나는 나무와 바람이지 않았을까
수줍은듯 내비치던 당신 미소를
몇날 며칠이나 되새겼어
그런 당신이 손 내밀었을 때 허둥댔지
피가 머리 끝까지 치솟고 심장이 벌떡거려
자칫 사그라져 버릴까봐 염려되었어

당신 품에서 기웃거리던 세상
푸르름도 다 제각각이었지
그걸 어떻게 구별할까, 고민도 했어
수많은 꽃이 피고지는 사이
나뭇가지 사이 새가 고운 울음 소리를 냈지
어느 때 훌쩍 커버린 아기새와 처녀비행하는 모습을 대견히 바라보았어
그 저녁 해가 공처럼 달아올라 집으로 돌아갈 때쯤 문득 몸을 일으켰어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 다시 비구름으로 돌아올 때쯤
문득 찾아간 자리
흔적 없는 당신을 떠올렸어
바싹 마른 꽃과 마른 시냇물, 들리지 않는 새 들의 지저귐, 휑한 비탈을 허탈하게 보았어
놓쳐버린 시간과 조그만 것도 지키지 못한 나를 한탄했어
하지만 어쩌겠어
그게 우리 이야기라면 그렇게 끝나겠지
한때 만남이 꿈이었어도 어쩌겠어

너와 나이기 싫어 혼란스러운 곳곳을 헤맨 시간
다시 만날 때를 꿈꾸며
억겁의 강을 지나도 감감한 혼돈
그래도 봄날 새싹처럼 꼿꼿이 몸을 세우며 먼 곳을 바라봐
비로소 돌아온 세상
잊었던 기억을 복기하면서
다음 번에는 내가 나무여서,
당신이 바람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꽃산딸나무'(Cornus florida 'Cloud Nine')이다. 연중 단 한번, 하얀 꽃을 내뿜어 눈부신 변신을 한다. 그걸 훔쳐만 보며 번번히 지나쳤다. 그렇게 이삼일 지난 새벽, 작정하고 쫓아갔다. 다행히 꽃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Elias Rahbani, Love 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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