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칠월을 넘겼다. 다시 팔월도 채워야 하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잠을 줄이자. 굳이 각성하지 않아도 한밤 내 깨어 있다. 어떤 일에 매달려 있어도 실타래 같은 생각이 이어져 골똘했다. 때로는 밤이 짧다.
자두를 사려고 했더니, 가게 아주머니가 자두를 내주는 대신 넉두리만 한움큼 쏟아 놓았다. 자두 값이 장난이 아니라나. 늘어놓은 말을 맞추어 보았더니 찜통 더위에 제대로인 것이 없단다. 작년 냉해에 자두가 꽃을 피우다가는 다 사그라져 버렸다는데. 지금 나는 수단의 카르툼이나 카메룬의 야운데, 이집트의 카이로, 싱카포르보다 높은 기온으로 들끓는 적도 한가운데서 끔찍한 북극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겨울로 돌아갔다. 애매한 내 표정이 심상찮은가. 투박한 손으로 입을 가리던 아주머니가 다른 자두 더미에서 두어 개를 더 꺼내서는 내민다. 튼실한 앞가슴이 열렸다가는 감추어졌다.
즐기는 막걸리. 앉은 자리에서 딱 한 병만 마시기로 한다. 함께 있는 사람들이 나를 위해 더 시켜도 한 병 이상은 책임지지 않았다. 그게 일차에서 한 병, 이차에서 한 병, 삼차에서 또 한 병이 더해지니 기준이 모호하다. 더러 긴 밤을 새는 동안 두어 병도 모자라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규칙을 세운들 적용이 엄밀하지 않다.
하루에 한끼만 먹기로 했다. 육개월도 넘어 몸이 제법 슬림해졌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아무려면 어떤가. 걷는 중에도 자세를 흩뜨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은연중 나를 갉아먹는 게으름과 나약함, 삿된 생각을 떨쳐야지. 모든 게 이루어지겠지만 아무것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꾸준히 움직이자. 한편으로, 아는 이들에게 무작정 쫓아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앞을 가리는 초록이 짙어졌다. 지겹다, 막바지에 도달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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