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삶이 외줄타기라는 걸 진작 안다. 그리하여 우리가 위험 구덩이에 쫓아가는 걸 극력 싫어한다. 여름이면 물가에 못 가게 막고, 겨울이면 얼음판 근방에 얼씬도 못하게 일렀다. 그래도 한겨울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고 강나루 얼음이 두터워지기 시작하면 몰래 바깥으로 내뺄 궁리를 했다. 차가운 빙판 위에서 바람에 맞서 스케이트를 즐기는 묘미를 어찌 알랴.
드디어 겨울. 어김없이 찾아오는 두려움과 기대. 그 가운데 마음을 환하게 만드는 그 무엇도 있다. 어두운 밤거리를 지나다가 익숙한 기미에 눈길을 돌렸다.
'아하, 안녕하시오? 수고가 많지요!'
때가 되면 마음속에 떠올리는 영웅. 웃음을 되새기며, 생각난 김에 백화점으로 쫓아갔다. 여기저기 주변 선물도 챙겨야지. 그러다가 한며칠이 지나 그 영웅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Emile Waldteufel, Les Patineurs(The Skaters) Op. 183
발트토이펠은 프랑스 북부 독일계 프랑스인이 많은 알자스에서 요한 슈트라우스보다 12년 늦게 출생해서 1915년 타계했다. 파리 음악원을 졸업하고, 28세 때, 나폴레옹 3세의 댄스밴드 악장 겸 왕후의 피아니스트로 활약하면서 270여 곡의 왈츠를 남겼다. 그 중에서도 '스케이터 왈츠'가 대표작이다.
짧은 서주에 이어 스케이트를 타는 듯한 경쾌한 멜로디가 화려하게 진행되어 얼음판 위에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