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이런 겨울도 좋다

*garden 2020. 1. 13. 21:28










단지 뒤편에 사는 이 선배. 가끔 마주치다 보니 눈인사 정도였는데, 어느 때 동네 사람과 함께한 자리에 끼어있다. 비로소 인사를 나누었다. 다음에는 당연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오늘은 제법 춥습니다!'
나이 여든이 가까운 분이라 자연스레 '선배'라 호칭하며 아는 체한다. 그런 나를 볼 때마다 듬성듬성한 이를 드러내고도 환한 웃음이 겸연쩍다.
얼마 전 약속이 있어 잰걸음을 떼다가 엉뚱한 곳에서 만났다.
"엇, 여긴 웬일이십니까?"
"아, 로또 사러 왔습니다."
뭔말인지 감이 안잡혀 어리둥절했다. 생뚱한 표정을 짓다가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반드시 당첨될 겁니다!"
휴일 아침, 늦게 부스스하게 깼다가는 이 선배를 떠올렸다. 만약 돈벼락이 내린다면 무엇을 하려고 할까! 행여 당첨되지 못했다면 이 선배는 다시금 부지런한 걸음을 떼 일상과 다른 동선으로 길을 돌아오지 않을까.

속을 게워내고 생기를 지워 죽은듯 한 계절을 버티는 나무.
이탈리아 르네상스 초기 소네트를 음악으로 표현한 비발디의 겨울 2악장 전 F장조와 F단조가 바뀌는 찰나의 순간적인 숨고르기.
원종동으로 차를 꺾기 전 보이는 막다른 길에 주저앉아있는 버스 한 대의 바람빠진 바퀴 모습.
그 앞에 서성이는 겨울.

겨울산을 에돌아 내리다가 물소리를 들었다. 메마른 대지 속 어느 곳에 숨었다가 쫓아나온 물길. 격랑 아니더라도 자유롭다. 욱죄는 겨울 입김을 마다하고 더 낮은 곳을 항하여 쫓아내리기를 그치지 않는다. 혼자걸음 중 혼자생각으로 혼잣길을 만들어도 춥지 않은 겨울이 다행일까.











Govi,
Tears of 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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