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平則鳴

아직 길에서

*garden 2022. 9. 13. 10:40












아침 운동 중에 코 안이 맹맹하다. 묽은 이 기운이 뜻하는 게 뭘까. 금방 일어섰다. 고개를 쳐들었건만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 열이 터지다니. 응급조치를 해도 피는 멈추지 않았다. 한며칠 과로한 기억도 없는데. 내 몸은 가라앉아 침잠한 사이에도 이리 물길을 내고 저기로 흐르며 나름 생기를 지우지 않은 모양이다.
코 안쪽에 핏딱지가 엉킨 채 며칠을 지난다. 이게 지워질 만하면 다시 피가 터지기를 서너 번. 포기하고 놔둬 버렸다. 남쪽으로 여행을 갔더니 COVID-19로 연기했던 축제가 몇년 만에 열렸다고 했다. 일행과 밤 늦은 소읍을 뒤지기를 한 시간. 간신히 잡은 숙소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밤을 지난다. 진작 술을 한잔 들이켰건만 뒤척이다 새벽녘 일어났다. 의도적으로 한쪽으로 누워 있었더니 막힌 피딱지 때문에 숨쉬기가 가빠서이다. 어두운 방 안, 머리맡 창을 열었다. 풋풋한 바람이 스며든다. 빗기 머금은 습기 따라 흙 냄새와 풀 냄새도 따라왔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다. 혹시 몸의 어느 부분에 멍울진 곳이라도 있나 싶어 힘 주어 씻었다. 오늘은 환한 일출 대신 척척한 비를 따라 다녀야겠구나.













Joaquín Rodrigo, Concierto de Aranju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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