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게 바라노니 굳이 마음에 의지의 심줄을 휘둘리지 않아도 몸은 제가 알아서 움직이곤 했다. 습관이 지배하는 일상. 인지하지 않아도 조종할 정도이니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가. 허나 거추장스러운 때도 있다. 행해 온 대로 사고하고 판단하며 나아가고 행동하는 일련의 과정들. 가장 합리적이라 여기며 무심코 내린.. 햇빛마당 2009.02.18
오리 날다 결혼해줘요. 글쎄, 결혼하지 않아도 이렇게 함께 살면 되잖어? 결혼을 해야 더욱 행복해지잖아요. 민들레 홀씨처럼 품 안에 담박 내려앉아서는 고집부리던 녀석. 아빤 진작 결혼을 했다고 해도 또 해달라고 졸라서 실소를 짓게 하질 않나. 입 안에 사탕이라도 굴리면 손가락으로 기어이 빼가던 녀석을,.. 햇빛마당 2009.02.04
건조주의보 발효중 화장실에 들기만 하면 물부터 내리는 여자들. 와글거리는 소리가 끊어지면 다시 내려야 할까. 남녀 칸이 한데 있는 곳에서 그렇찮아도 은근히 신경을 곤두세우는 판국에, 아니나 다를까 뒤쪽 문이 덜컥 열리며 들어온 여자. 난처하다. 뜬금없이 뚝 끊을 수도 없어서 고민인데,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도 .. 햇빛마당 2009.01.20
푸른 시간 수많은 점이 모여 선을 만든댔지. 길은 선이다. 선을 따라가면 이어지게 되는 생각. 때로 과거로 들어서기도 하고 미처 떠올리지도 못한 미래의 날에 닿아 있기도 했다. 길가에 연한 가로등이 생각의 단락을 끊었다. 우뚝 서서 어둠을 쫓는 나트륨 등. 노란 불빛이 방원을 쳐 제 영역을 확실히 알린다. .. 햇빛마당 2009.01.02
구하라, 그리하면 아버지는 비교적 크지 않은 덩치에도 걸음걸이가 확연했다. 골목 어귀에 드는 낌새부터 우리 식구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는 짧고 무거운 걸음. 밤이 사방에서 조여드는 것을 느끼던 우리가 몸을 일으킨다. 평소 말씀 없으신 아버지가 인기 있는 것은 이런 저녁답. 손에 들린 군것질거리가 입맛을 다시.. 햇빛마당 2008.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