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밤, 세 밤만 참으라카이." 단번에 이루어지는 세상 일은 없다. '세 밤'은 어느 때 '삼 주'가 넘기도 하고, '한달'이 훌쩍 넘어가기도 한다. 잠들기 전이면 바깥 달을 확인한다. 얼른 세 밤이 지나 '내가 기다리는 그날'이 와야 할텐데. "세 밤이나예?" "사내가 진득하니 참아낼 줄도 알아야 한다카이." 달이 부풀어 밝음을 더해갈 때면 흡족함으로 내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열셋쨋날 상현달이다. 유례 없는 가뭄이랬지. 비가 오려는지 바람이 일고 있다. 달이 일렁여 마음까지 흔들리는 저녁. 날이 밝자 역시 덥다. 어젯밤 바람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범벅이다. 강렬한 볕에 저절로 얼굴을 찌푸리고 걸었다. '어라, 이것 봐라.' 자갈밭 사이에서 익숙한 자태를 찾아냈다. 십여 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