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장 가을 속 한량없다가도 친구들과 함께 왔다며 인사하는 아이 때문에 부산스러웠는데 깨어나서야 기어코 울음을 터뜨렸다 아아, 나비 떼에 둘러싸여 떠나는 뒷모습이 그대, 마지막이었구나! 앞뒤 절벽에 끼인 듯 숨조차 못 쉰, 짓이겨진 살에 박힌 강철 같은 뼈다귀여! 밤 새 울어댄 귀뚜라미 소리인들 애닯지 않았을까 소슬바람에 흩날린 낙엽보다 못한 존재 세상 모든 이를 사랑하겠다며 밝게 웃었어도 사랑 한줌 담을 수 없는 그대들 어둠 속에서 꿈을 꺾었으니 그 길 어이 밟을 수 있으랴 비탈져 흘러내린 이태원 길, 다부룩한 잔디로 덮어 두어라 다가올 새 봄, 짓밟힌 꿈 한조각이라도 싹틀 수 있게 - 이태원 참사를 애도합니다! Giovanni Marradi, Shado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