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령산 하늘 길 공부 잘하는 조카 유진이를 볼 때마다 감탄하는 동네 아주머니들. "어머, 유진아. 너는 어쩜 그렇게 공부를 잘하니?" 바르게 잘 자란 아이. 속썩이는 법이 없다. 제 엄마아빠가 잔소리 한번 안해도 밥 먹듯 장학금을 타오고, 유수의 대학에도 떠억 들어갔다. 남들은 머리를 싸매고 해도 안.. 不平則鳴 2017.03.22
겨울 끝 춘천 용화산 진한 커피 냄새가 좋은 아침.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버티도록 만들어주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우리 나라의 등뼈에 해당하는 백두대간에서 삐져나와 서쪽 끝 문수산까지 이어지는 한북정맥 어림의 용화산은 가곡으로도 익히 아는 성불사 터가 있다. 지리적으로 .. 不平則鳴 2017.03.21
용암이 넘쳐흐르던 땅 위를 용암이 넘쳐흐르던 땅 위를 공룡은 어떻게 걸었을까. 덩치가 커 발바닥에 닿은 열기를 머리에서 알아차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까. 그때 찍힌 발자국이 흔적으로 남았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공룡의 살이나 종류, 행태 등을 이로 어렴풋이 유추해낸다. 동짓달 어머니는 팥죽.. 不平則鳴 2017.03.07
설악, 오색에서 천불동으로 아침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나게 되는 여자. 긴머리를 뒤로 질끈 묶었다. 풍성한 소맷단 사이로 삐져나온 손가락이 곱다. 올라와야 할 엘리베이터가 잠깐 사이에 내려가 버렸다. 한 공간에 서 있는 게 어색한가. 안절부절하는 기색이다. 스마트폰을 보는 척하거나 입을 가리고 헛기침.. 不平則鳴 2017.02.20
겨울 태백 진부쪽 식당에 들렀다. 흐릿한 불빛과 저녁 나절의 한적함이 어릴 적 사랑채처럼 여겨지는 식당. 할아버지가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풍년초 냄새를 맡은 듯하다. 잘 다려진 삼베적삼 주머니에 손을 꽂은 꾸부정한 당신 모습도 떠올렸다. 주방쪽에서 풍기는 토속 된장 끓이는 냄새에 입맛.. 不平則鳴 2017.02.15
은평시 횡단보도에 서 있었다. 꽃 피고 새 운다. 비 오고 눈 내렸다. 계절이 바뀌었다. 난해한 표지판을 의미 없이 읽었다. 가만, 지금 시각이 세시나 넘겼을까. 여긴 낯선 곳인데, 언젠가 다녀간 듯한 이 기분은 어쩐 일인가. 그래. 저기 가드레일 난간을 잡고 있는 할머니도 낯설지 않고, 좌회전 .. 不平則鳴 2017.02.07
적 응 나흘만에 일어났다. 어질어질하다. 물 한 모금도 넘기지 못했다. 계약 관계로 찾아간 곳 사장이 오죽 속썩여야지. 들른 횟수만도 스물댓 번을 넘었다. 며칠 전 간신히 성사되었다고 여겼는데, 서류상 빠진 부분이 있다. 재차 일러주고 보내달라고 해도 묵묵부답인 채 이틀이 지난다. 가급.. 不平則鳴 2017.02.06
사랑, 그 거리감 마음에 둔 님을 어떡할까. 감정은 연속성이 있어 한 방향을 좇으며, 자기방어적 성향이 강하다. 헌데 때로는 영역 테두리에서 벗어나야 더 큰 희열을 느낄 때도 있다. 한번쯤 님의 품에서 떨어져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어떨까. 오늘이 바로 그런 날. 우중충해도 푸근했던 어제와 달리 아침.. 不平則鳴 2017.01.31
자작 연정 쑥대머리인 채 쫓아나간 아침 갈등한다. 혼자서도 소홀치 않고 모여서도 어색하지 않은 너희들처럼 살 수 없는지. 간밤 술에 절어 도발적 언사를 그치지 않는 상대가 못 마땅하다. 이차 삼차도 마다하지 않고 이끌기 예사. 몇 차례 눈치를 보내고 쏘아붙여도 어림없다. 어느 정도여야지. .. 不平則鳴 2017.01.26
하얀 산, 푸른 날 전갈을 받고 부리나케 일어섰다. 병실에 달려갔을 때 친구는 누워 있었다. 모여 있던 식구들이 목례를 한다. 근심 뿐인 눈초리. 들어서는 기척을 눈치챘을까. 눈자위가 떨리며 힘겹게 뜨는 눈. 다가서려다가 멈칫했다. 나를 보는 동공이 비어있다.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쉰 친.. 不平則鳴 2017.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