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영암 오후 우리 땅덩이가 작다지만 다녀보면 그렇지도 않다. 한나절을 줄기차게 달려 닿은 강진만. 도암쪽에서 보는 마량은 하얀 빛깔의 건물들이 옹기종기 있어 으리으리하다. "끼니라도 떼우려면 저기로 가야 하지 않을까?" "넘어갔다가 어둡기 전 돌아오기에는 벅찰텐데....." "이런 막막한 데보.. 不平則鳴 2016.11.03
뿌리 없는 시간 낯선 변방에 팽개쳐진 듯 황량한 기분은 왜일까. 창을 흔드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조금씩 깨어나는 감각을 따라 비로소 피가 통하는 말초신경들. 어린아이처럼 손발을 꼼지락대며 눈을 떴다. 오늘이 며칠인가. 지난 시간이 생각나지 않았다. 앞으로의 시간은 더더욱 감조차 없다... 不平則鳴 2016.10.27
가을 북한산 겨울 봄 여름 내 찾은 북한산. 이제 가을 물이 들 참이다. 부지불식간에 뚝 떨어진 기온. 반팔차림으로 나서다가 '엇차!' 한다. 지난 여름 무더위가 엔간했어야지. 간밤에 비 내리고 바람 불었지. 언뜻 본 아침 기온 9도라는 게 실감나지 않아 무심코 지나쳤다가는 바깥 공기에 맨살을 내놓.. 不平則鳴 2016.10.10
가을 연서 연애는커녕 여자 옆에만 가도 경기를 일으키는 내게, 연애편지를 써 달라는 친구 녀석. 얼토당토 않다며 뿌리쳐도 따라다니며 애걸하는 바람에 써 주었는데, 수십년 만에 떠억 찾아와서는 인제 주례사를 써 달란다. "언제 주례사를 써 봤어야지." "너라면 아무렇게나 써도 돼. 예전 그 연.. 不平則鳴 2016.09.28
안간힘 기어다니기만 하던 태영이, 누워 손으로 발가락을 잡고 조물거리다가 어느 때 탁자를 잡고 선다. 바닥에서 보던 것과 다른 삼차원 세상이 놀랍다. 숨을 죽였다. 아아, 아기곰도 처음 이와 같이 몸을 세웠을 걸. 고사리손을 저으며 균형을 잡고 생애의 힘을 짜냈다. 기어코 뗀 한 발. 그 위.. 不平則鳴 2016.09.20
해바라기 오후 들어 해가 났다. 산에서 내려오자 눈을 바로 뜨기 힘들다. 아침 나절 뿌리던 비와 일렁이던 바람이 온데간데 없다. 새삼 기승을 부리는 더위. 이마와 목덜미 땀을 대강 훔쳤다. 다행히도 한나절 머문 숲의 초록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다들 대단한 일이나 하고 온 것처.. 不平則鳴 2016.09.05
잊는다는 것, 잊힌다는 것 업무 중 걸려온 전화. 얼른 용건을 마치고 하던 일을 마쳐야 하는데 상대는 끈질기다. 일을 미루고 상대하는 중에 호출을 받았다. 겨우 매조지고 쫓아가는데 출입문에 아는 이가 기웃거린다. 두세 가지 일을 내색하지 않고 해치우는 게 아무렇지 않았는데 인제 벅차다. "식사하러 갑시다.".. 不平則鳴 2016.08.31
자두를 깨물다 한밤중에 발이 저리다. 잠결에 뻗다가 비명을 질렀다. 종아리에서부터 대퇴부쪽 근육이 당겨서는 다리를 펴거나 오므릴 수 없을 지경이다. 돌아누우면 나을까 했는데 이도 허사. 근육이 가닥가닥 말리는 기분이다. 아파 말로 다 할 수 없다. 눈을 떴다. 몇시나 되었을까. 텁텁한 기온과 캄.. 不平則鳴 2016.08.16
여름, 그녀 "오늘 면접할 사람이 와 있는데요." "아직 시각이 이르잖아요?" "네, 그런데 와 있습니다." "그럼, 봐야지요." 때로 밀린 업무는 혼을 빼놓는다. 출근하고서부터 정신 없이 쫓아다녔다. 의외로 추운 회의실. 에어컨은 가동되지만 여긴 사람이 드나들지 않아서이다. "정다운입니다." 얼굴이 달.. 不平則鳴 201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