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도 남는 것들 소식한다. 속을 음식으로 채울 수 없다. 함께 자리한 이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안먹어?', '오래 살 것'이라고들 하면서. 멋적어 웃음으로 응대했다. 대신 앞자리에 있는 술잔을 떨어 넣었다. 먹고나서 음식점이 널린 거리를 지나며 일행은 코를 킁킁거렸다. 제철음식이.. 不平則鳴 2017.11.09
가을 여지 추상같이 나를 단죄하라 너를 사랑한 죄 크다 우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은 태만 사랑도 모르면서 사랑한다고 여긴 무지 사랑한다는 착각에 빠져 미망과 고뇌 속에 헤맨 방임 눈만 뜨면 '왜 사랑하지 않냐?'고 닥달한 변덕 사랑하면서 사랑하지 않은 위선 헛된 망상만 심어준 집착 부서질.. 不平則鳴 2017.11.04
여름 장편 밤새 이어지는 영화. 질리도록 보고 또 본다. 한밤중 방영 프로는 중요하지 않나 보다. 블랙 코미디나 이야기 같지 않은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지나치며 볼 때에는 재미있는 영화도 방영하더니 이게 뭐야. 한이틀 틀어 놓자 이도 시들하다. 아직은 폭염이 가시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 不平則鳴 2017.08.22
생활인 걷기 제대로 서지 못한다면 안타깝다. 어느 때 무릎이 찢어져 뼈가 드러날 정도로 다쳤다. 설마 무슨 일이야 있을라구. 나야말로 '이 정도야' 싶은데, 상처를 들여다보는 의사나 간호사 등은 심각하다. 결국 찢어진 살을 온통 도려낸 다음 십여 센티미터 정도를 꿰맸다. 뼈도 찍어서 살펴봐야 .. 不平則鳴 2017.08.14
그렇게 세계 바둑 랭킹 일위 커제와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대결이 화제이다. 인간이 만든 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흔히 바둑을 두는 이들이 이르는 말이 있다.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단순하게 돌을 놓아 집 짓는 놀이를 떠나 치밀한 수읽기와 인내, 절.. 不平則鳴 2017.05.30
설악 백이십일회, 공룡 종종 산에 함께 가는 친구 G. 자기 몸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 G는 유난스럽다. 때가 되면 최면을 걸듯 이른다. 보약을 챙겨 먹을 시기라며, 두툼한 입술을 실룩거리며 입맛을 다신다. 어느 때 집식구가 미처 챙기지 못하기에 화를 마구 냈다고 한다. 반농담삼아 지나쳐 듣다.. 不平則鳴 2017.05.24
오월 처음 시인이자 수필가인 피천득씨는 오월을 '금방 찬물로 세수한 스물한살의 청신한 얼굴'이라 했다. 또,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 가락지'라고도 했다. 싱그러운 오월, 사랑스러운 오월, 숭고한 오월에 잔느 에뷔테른 닮은 소녀가 안고 가는 꽃다발이 눈부시다. 너도나도 입 모아 사랑의.. 不平則鳴 2017.05.09
우리 봄날 나이가 들어서일까. 곧잘 사람이 그립다. 혼자이기보다 무리에 섞여야 마음이 놓인다. 이전보다 수동적이다. 거기에 어르신네들 전유물인 유람도 한다. 어제는 산막이옛길에서 꽃놀이를 하고, 오늘은 청풍호반 유람선에 올랐다. 기다린 소풍날처럼 아이스크림을 손에 하나씩 쥐고, 챙 넓.. 不平則鳴 2017.04.18
강촌 봄 벚꽃 활짝 핀 나무 아래 모인 한떼의 여자들. 우중충한 겨울을 어떻게 견뎠을까. 기다렸다는 듯 너도나도 하늘하늘한 차림이다. 일행 중 누군가 우스운 이야기를 꺼냈는지 일제히 목청 높여 깔깔거리는데, 봄이 온통 그녀들 차지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흔들리는 소담스런 꽃뭉치. 세상.. 不平則鳴 2017.04.11
겨울 지난 소백산 겨울 산행에 쓰인 아이젠, 스패치, 방한장갑과 목도리, 여벌의 기능성 겉옷 등을 꺼냈다. 온갖 장비를 챙겨야 하는 게 늘 불만이었다. 봄이니 가벼운 차림이어야겠지. 가뿐해진 한편에 무언가 빠뜨린 듯한 허전함도 지울 수 없다. 그렇게 겨울을 보냈구나. 북한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해져 .. 不平則鳴 2017.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