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길 새해가 황금돼지해라고! 모임 탓이겠지. 자정 넘겨 들어온 아이. 술 냄새가 진동해 방 문을 열어 둔다. 헌데 밤새 끙끙대 괜한 걱정을 잇는다. 날이 밝아 깨웠다. 반응이 없어 고민인데, 내가 이리도 건사해야 할까. 바쁜 참에 내버려두기로 했다. 늦으막히 일어난 아이, 게슴츠레한 눈에 .. 不平則鳴 2018.12.28
가을 거기, 여명 사방에 뭉쳐 있는 안개. 지척이 분간되지 않는다. 뿌연 속을 더듬는 장 소장, 당황스런 기미를 보이지 않으려 애쓴다. 운전대를 두 손으로 잡았다. 조심스레 나아가지만 금방이라도 무언가가 덮칠 것만 같은 분위기이니. 가도가도 물러날 기미 없는 이 몸통을 어이하나. "오리무중이네." .. 不平則鳴 2018.11.14
설악 공룡릉에서 사느냐 죽느냐는 별일 아니다. 당장 하느냐 마느냐부터 결정해야 할 절제절명의 과제이니. 어떻든 떠나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가는 내내 선잠을 잤나 보다. 낡은 영사기를 돌리듯 군데군데 끊어져 모호한 꿈과 어울려 부스럭대는 소리, 누군가 배낭을 열어 뒤적이는 소리, 털털대는 버.. 不平則鳴 2018.10.22
내가 나를 맨살에 닿는 서늘함이 새삼스럽다. 어제와 전혀 다른 오늘, 비킨 햇살과 바람도 낯설다. 즐기지도 않는 따뜻한 핫초코를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밝은 실내에서 잡지를 뒤적이듯 자질구레한 이야기로 수다를 떨면 딱 좋을 날들이지 않은가. 희미한 아침 달을 새겼다. 눈썹 같던 달이 어.. 不平則鳴 2018.10.19
소 풍 꽃을 찍으러 간다. "아, 가고 싶은데....." "이번뿐이겠습니까? 다음에 가십시다." "멀리 남도까지 날아가 볼 수 있는 꽃무릇이라니, 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갈게요." "환영합니다!" "저도 억지로 시간을 내 참석합니다." "어서 오세요!" "늦었지만 자리 있으면 저도 갑니다." "O.K. 성원 되었으.. 不平則鳴 2018.09.24
도 시 바람 선선한 저녁, 바깥을 내다본다. 오랜만에 이는 청량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 술 한잔 할까. 이 친구 저 친구를 떠올렸다. A, 찾아가기에는 좀 멀다. 서울 반대편에 있으니. B, 여행중이랬지. 연락을 하지 않아도 근황을 볼 수 있는 SNS가 열려 있으니. C, 머리를 흔들었다. 말이 너무.. 不平則鳴 2018.09.16
한여름 꿈 "이번 주말에 다른 약속하지 말고 시골에 가요." "웅! 무슨 일로 모이나?" "감자를 캐기로 했어요." "요즘 더위가 제법인데. 활동하기 편한 옷을 입고 가야겠네." 한데 모인다는 게 예삿일이 아니다. 떠들썩한 정경이 그려진다. 어느 때 정해졌을까. 식구라는 이름으로 묶인 우리. 처남은 일.. 不平則鳴 2018.08.26
막다른 길 겨우 칠월을 넘겼다. 다시 팔월도 채워야 하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잠을 줄이자. 굳이 각성하지 않아도 한밤 내 깨어 있다. 어떤 일에 매달려 있어도 실타래 같은 생각이 이어져 골똘했다. 때로는 밤이 짧다. 자두를 사려고 했더니, 가게 아주머니가 자두를 내주는 대신 넉두리만 .. 不平則鳴 2018.08.03
칠월 아내 "표정이 왜 그래?" "당신한텐 말하지 말랬는데....." "누가?" "어머님이오, 안부인사로 연락을 드렸더니 말 끝에 한번 다녀가라고." "그려! 무슨 일일까나. 연락해 볼까?" "......" "맛있는 걸 사 주시든지, 선물을 장만해 놓은 건 아닐까?" 반우스개삼아 얘기한다. 헌데 그리 쉽게 넘길 수 없을거.. 不平則鳴 2018.07.07
그렇게 알게 된다면 사무실 책상에 올려 놓은 '클래식 LP 전집'. 다들 궁금한 눈길을 보낸다. 박스를 뜯었다. 몇날 며칠 고심했다. 작정한 다음 주문하니 이렇게 쉽게 온다. 이제 집으로 옮길 궁리를 한다. 통째 들고 갈 필요는 없고, 열댓 장씩 몇 번 가져가면 충분하지 않을까. 내용물을 살펴본다. 클라우디아 .. 不平則鳴 2018.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