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릿길을 한달음에 내달려 네 앞에 앉았다. 숨을 골랐지. 다방 불빛이 왜 이렇게 어둑할까. 조금 여유 있게 왔으면 좋았을걸. 그래도 다행이야. 이렇게라도 볼 수 있다는 게. 낯선 네 새옷이 생경해 눈을 깜박였어. 오랜만에 보는 우리이니 단장하고 나온 걸 당연하게 생각하기로 했지. 얘기 중에 우스개를 곁들이며, 끊어졌던 우리 시간이야 아무렇지 않게 봉합하려고 애썼지. 그럴 수도 있어. 하찮은 얘기를 여기쯤에서 걷고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우리 얼마만일까. 비브라토로 소리 높여 웃으며 분위기를 끌어 올리려고 했어. 헌데 말이야. 걸리는 게 있어. 글쎄, 내가 당연히 여겼던 것처럼 네 마음속에 오로지 나만 있으리라 했는데 말야. 왜 자꾸 다른 이름으로 나를 부르는 거야. 처음 듣는 낯선 이름을 반추하며 잠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