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꽃, 기억 도봉광장에서 시작한 걸음. 작정한 바 있어 그치지 않았다. 잰걸음 사품에 몸이 후끈하다. 가파른 길. 바위를 잡고 용틀임도 하고, 기를 쓰며 차고올라 비로소 마주한 우람한 암장. 여기가 은석암인가. 도봉을 우르를 때면 멀리서도 이곳부터 찾지 않았던가. 차츰 익숙해진다. 거칠고 투박.. 不平則鳴 2019.07.22
유월 꿈 우람한 산을 배경으로 자세를 바꾸는 아이 변검 고수처럼 셔터 소리에 신 나 지체없이 동작한다 애초에 연출 장면이 머릿속에 들어 있었을까 나도 너처럼 순간마다 날마다 달라져야지 요즘 꿈에 죽어 있는 나를 종종 본다 죽어서는, 재 속에서라도 다시 깨어나려고 한다만 이도 정녕 허.. 不平則鳴 2019.06.22
신 번지 없는 주막 이슥한 밤길. 흩트러지는 걸음도 상관치 않았다. 모임에 있다 보니 빠져나오기가 난처했지. 비가 추적인다. 너도나도 이를 핑계대 시간을 끌었다. 다행히 일어설 무렵 비가 뜸하다. 지하철로 이동한 다음 집 가까운 어두운 시가를 더듬다가, 등대처럼 불 밝힌 빵집을 만났다. 문을 닫지 않.. 不平則鳴 2019.05.01
이름 서러운 봄 사월이 오면, 그래도 괜찮아지지 않을까 했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던 허황한 꿈과 미련 들 휴일 아침에 느긋이 마주한 온라인 바둑 상대 쉴새없이 깐죽거리다가 차츰 불리하자 뻗댄다 꾸욱 참다가는 균열 간 성정을 주체치 못했다 겨우내 숨죽인 개울 물이 흘러내리며 소리친다 해동하.. 不平則鳴 2019.04.23
꽃 몸살 늘 어딘가 아픈 아내. 허리가 아파 잘 일어서지도 못하던 며칠 전과 달리 이번에는 양 어깨가 결린다며 우거지상이더니, 하루가 지나자 무릎이 이상하단다. 으레껏 병원에 다녀오라고 이르지만 우물쭈물한다. 병약한 체질도 아닌데, 왜 그럴까. 급한 일로 누군가를 만나야 할 일이 생겼다.. 不平則鳴 2019.04.13
나의 가지, 너의 가지-연 결 아이폰을 잃었다. 모임을 마치고 밤 늦게 돌아오다가 통화한 기억이 있는데, 어디 갔을까. 택시에서 빠뜨렸나 보네. 카드 결제를 했기에 이를 근거로 연락하자 택시기사는 발뺌부터 한다. "아빠, 제가 '친구찾기'로 알아볼게요." 아이가 행방을 알아보는데, 며칠간 켜진 흔적이 없단다. "아.. 不平則鳴 2019.02.26
우리 사는 이야기 그대 병이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저런!' 하고 놀라기에 앞서 무덤덤하게 받은 건 '설마.....' 싶어 심각성을 채득하지 못한 탓입니다. 이제서야 변명처럼 늘어놓는 말입니다만 별일 아닌 것처럼 훌훌 떨쳐 먼 훗날, 지난 이때를 상기하며 웃음을 버무린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었으.. 不平則鳴 2019.02.12
겨울왕국 지난 여름이 오죽 더웠어야지. 뜨거운 가마솥 안에서 뛰쳐나온듯 땀에 절어 다들 혀를 내둘렀다. 채 기억이 가시기도 전 소슬바람을 맞으며, 예측 뉴스 등에 근거한 소식을 기반으로 쑤군댄다. "이번 겨울은 여름에 반해 상당이 춥다면서!" "으응, 그렇다네." 얼마 전 들른 신평화시장 안 .. 不平則鳴 2019.02.05
희망숲 갓난 아기를 품에 안고 온 지아비는, 숲 정령 같은 아름드리 고목 아래 핏덩이를 내려두고 줄행랑쳤다. 악을 쓰며 울어대는 소리가 내내 뒤따라오며 '앵앵'거렸지만 몇날 며칠 못 먹은 제 마누라 퀭한 눈자위와 축 늘어진 젖가슴을 떠올리며, 눈 감고 귀 막고 쫓아 내려갔다. 어스름에 혼.. 不平則鳴 2019.01.25
그 차가운 속 걸리적대는 앞차. 한숨을 뱉는다. 미적거리며 다른 차를 두어 대나 끼어들게 하질 않나. 어정대는 바람에 신호를 몇번 놓쳤다. 이건 안돼. 마음을 조이며 틈이 보이는 순간 추월했다. 안도하는데 또다른 차가 오른편 차선에서 슬쩍 끼어들었다. 이런! 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나. 쫓아가도.. 不平則鳴 2019.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