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숲 "우리 시골에 내려가 살까?" 로망으로 내지르는 말이 아닌 것을 안다. 그러기에 반응이 없다. 사회생활을 마친 친구들이 손바닥 만한 땅뙈기에 홀로 내려가 있는 것을 보았다. "다녀가라는 데도 통 안오네." 어느 때 찾아가면 그을은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붉은 흙과 무심한 .. 不平則鳴 2016.05.03
봄날 애상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온이 한낮이면 들끓었다. "봄이 없어진 게 맞아." "이번 여름은 아주 더울거야." 이마 땀을 훔쳤다. "덥지 않으세요?" 정장 차림으로 견디는 게 안쓰러운지 옆에서 보던 이가 간섭한다. 저번 휴일에는 두꺼운 겨울 점퍼를 걸치고 산을 오르기도 했다. 대답 대신 싱끗 .. 不平則鳴 2016.04.26
우리가 바라보던 봄 불을 켜두지 않아 거실이 어두컴컴하다. 한참 전부터 스마트폰에만 눈길을 두고 있는 아이를 슬쩍 찔렀다. "배 고프지 않냐? 나가서 고기라도 먹을까?" "에이, 귀찮아요." "그럼, 밥이라도 차리든지." "아침에 엄마가 전기밥솥이 고장났다고 투덜거리던데요." "그래? 냄비 같은 것도 있잖아.".. 不平則鳴 2016.04.15
밥 짓는 그대의 아름다운 저녁 캠핑을 간다. 몇날 며칠 친구들과 무시로 만나 머리를 맞대고 작당하여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즐겁게 먹고 놀고, 자유도 만끽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돌아오는 우리 꼴이 말이 아니다. 그게 먹고 자는 게 부실해서이다. 서로 몰골을 보며 웃었다. 입을 모으는 게 '열.. 不平則鳴 2016.04.13
어떻게 꽃을 피울까 복도를 지나가는 구두닦이를 불렀다. "아깐 자리를 비워서.....지금 갖고 가서 닦을 수 있나요?" "안됩니다." 월정액제로 닦는데, 회의를 하고 상담을 하느라 비운 틈에 다녀간 모양이다. 오후에 만날 사람도 있어 재차 사정을 얘기하는데 의외로 퉁명스럽다. "그러지말고 이번만 사정을 봐.. 不平則鳴 2016.03.30
겨울굽이 눈이 귀한 겨울. 메마른 날이 이어져 자고나면 콧속이 맹맹했다. 기온이 곤두박질쳤다가는 주춤하여 오르지 않았다. 기침 환자들이 수두룩하여 식사중에도 예사로 콜록거리고, 엘리베이터 안이나 회의중에도 밭은소리를 낸다. 몸살로 드러누웠다며 카톡에 오른 한줄 소식을 보기도 한다.. 不平則鳴 2016.03.02
오래 참아서 늑대 울음소리 같은 바람에 밤새 할퀴고 찢겨도 꿈을 꾼다 아지랑이 아른대는 봄날 오후 햇살에 불현듯 꽃 피우고 새닢 뿜을 장대한 역사를 Tears Of Gideon Rolling Down From Olympus 不平則鳴 2016.02.22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불편함들 어느 날, 부스스 일어나 눈을 부비면서 보는 머리맡 새옷. 좋아하는 우리를 보며 엄마도 미소 짓는다. '얼른 입어보라.'고 채근하는데 잉? 장만한 옷이 대개 컸다. 매번 헐렁한 옷을 접어 입어야 하는 우리는,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눈에 띄게 크지 않았다. 주차장에 세워 둔 차를 다른 차가.. 不平則鳴 2016.02.18
무언가 삭풍에도 굳건한 겨울 나목들처럼 침묵하며 살 수 있을까. 작정해도 쉽지 않다. 생각이 소용돌이쳐 무심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굳이 입을 다물겠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 말이 필요 없는 세상이다. 오늘 날씨와 경제 동향, 할 일을 점검하는 중에 아이에게서 온 메시지. '나와서 식사하세.. 不平則鳴 2016.01.19
가야 하는 길 "아이고, 늦은 시각에 이리 폐를 끼칩니다." "어차피 지나가는 길이니 괘념치 마세요." 일행을 데려다 주는 바람에 이리저리 돌았다. 나중 낯선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오는데 방향 감각이 없다. 밤 늦은 시각이어서인가. 다시 네비게이션을 작동시키기도 귀찮다. 어림짐작으로 더듬어 나오.. 不平則鳴 201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