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 내게도 구원줄 내려 광야에서 벗어나는 날 변변한 기돗말 한 줄 외우지 못해도 나아가야지, 올라야지 이게 비록 썩은 동앗줄이거나 범의 아가리에 산 채 뛰어드는 길이더라도 울지 말아야지 꿈꾸지 말아야지 John Aderney, Thinking Of You 不平則鳴 2013.09.17
존재, 그 기쁨 바구니에 담긴 까만 눈의 강아지. 한뼘 툇마루 양지바른 자리에서 눈 부비다 말고 하품 하는 어린 고양이가 나를 본다. 여린 햇살 같은 온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강아지 같은, 어린 고양이 닮은 아이가 아장아장 걷는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여기저기 떠있다. 초가을 냄새가 싱그.. 不平則鳴 2013.09.10
나도 길 길은 소통이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 산을 오르는 길, 숲을 지나는 길, 내를 따라 흐르는 길, 별이 뜨고 낭창하게 달빛이 흐르는 길, 꽃이 피는 길, 너에게로 가는 길 등을 아우르다 보면 날선 마음이 비로소 눅눅해진다. 길은 자연이고, 우리에게는 삶 그 자체이다. 길은 만남이다. 누군.. 不平則鳴 2013.09.06
바람처럼 큰키나무를 빌어 촘촘해진 그물을 끌어올린 덩굴손. 한 계절을 담아 놓고 겨우 세상 위에서 우쭐거리지만 내 눈에는 그게 우습다. 건성으로 살 수 있어야지. 한눈을 팔면 팔수록 생활은 저만큼 멀어진다. 해온 대로 열중하여 주어진 일과에 파묻히다 보면 헤어날 길이 없다. 교통이 애매.. 不平則鳴 2013.09.03
자고 나도 여름 라면을 끓이려고 물을 올려 두었다. 가스렌지 새파란 불길이 생물처럼 파르랑댄다. 맴돌이하던 후끈함이 주변을 덥힌다. 가만히 있어도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 달아올라 덩치가 커진 여름. 강을 지우고 산을 달군 다음 딛고 선 땅마저 푹푹 쪄대는 바람에 질색한다. 대체 인내심을 시험.. 不平則鳴 2013.08.21
before noon, 일상 김연아가 플립 점프 다음 얕은 인엣지로 미끄러지듯 들어가는 전동차. 문이 열렸다. 사람들이 꾸역꾸역 들어와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해졌다. 내앞에서 사정없이 졸던 여자아이가 별안간 눈을 떴다. 두리번거리더니 벌떡 일어나 냉큼 나를 밀친다. '잠깐만요!' 앞뒤없이 쫓아나가는 바람.. 不平則鳴 2013.08.13
여름에 부쳐 이른 새벽 시작해 질긴 냉면가락처럼 하염없는 비. 수량이 늘어 거침없이 흘러내리는 계곡 물길. 이를 거슬러 오르는 산길에서 문득 철학자처럼 갸웃거립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삶은 대체 어디서 왔을까! 꾸덕꾸덕한 날씨 탓일까요. 답 없이 맴돌기만 하는 생각을 떨치듯 걸음을 재촉.. 不平則鳴 2013.08.07
다시 길에 '날이 우예 이리 좋노!' 메마른 바람 부는 이런 날, 엄마는 손바닥 챙을 하고 하늘을 보기 일쑤였다. 옥양목이나 포플린 등의 옷감을 빨간 다라 한가득 담고 치대서는 탈탈 떨고 널어 놓은 다음 대청마루에서의 오훗잠이 달콤하기만 했는데. 갈라진 입술에 침을 묻힌다. 내륙지방 낯선 곳.. 不平則鳴 2013.07.31
따뜻한 섬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우고 나올 때 뜨문뜨문한 비를 맞았다. 역한 휘발유 냄새에 옆 편의점에서 진한 커피라도 한잔 가져오려다가 포기했다. 차창 유리를 올리며 참았던 숨을 들이킨다. 후욱 끼치는 습기 찬 바람에 빗소리를 들었다. 아침이 다시 밤처럼 까맣게 되었다. 빗줄기가 굵어졌.. 不平則鳴 2013.07.23
마른 비 애월 바다 물빛 원피스가 잘어울리는 기상캐스터는 오늘도 비 온다는 예보를 한다. 점심을 먹고 오다가 습관처럼 하늘을 쳐다보았다. 두터운 구름에 덮여 있어도 눈부시다. 밥알을 잘게 씹으며 기상 예보도 씹었다. 기상캐스터의 높고 말간 목소리를 떠올리며 다들 계면쩍게 이마를 훔쳤.. 不平則鳴 2013.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