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길 나뒹굴어 켜켜로 쌓인 낙엽들. 밟으면 지난 시간의 한숨이 배어난다. 아무려면 어때. 생기야 지워졌어도 푸근하게 받아들여야지. 건둥거리는 발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했다. 밤새 낙타 등 같은 길을 오르내렸다. 마침 등성이 위에서 제 몸을 불사르는 단풍나무와 맞닥뜨렸다. 허공에 .. 不平則鳴 2013.11.19
길에서 무언가 나누려고 한 기억은 어렴풋하다만 주어진 가을을 다아 쓰고서야 생각해냈다 진작 아무것도 나누어 갖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 칼바람 들이찬 광야에서 어쩌면 그나마의 기억마저 내동댕이쳐 싸늘하게 얼려 버릴지도 모르는 일 색.계 OST 중, Wong Chia Chi's Theme 不平則鳴 2013.11.12
우리를 위하여 부지런한 어머니. 한겨울 동면도 없이 나대 미움 받는 여우처럼 악착같은 살이를 영위했다. 때로는 그게 단면적 오해로 비쳐 동네 아낙들에게 질시를 받지만 그래도 의연하다. 그 부지런함으로 인하여 우리야말로 고역이었다. 잠시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아 걸핏하면 부른다. 생각나는 .. 不平則鳴 2013.11.08
가을나무 쌈판이 벌어졌다. 고성도 터진다. 처음에는 저네들끼리의 일이니 싶어 관여하지 않았다. 두고 보려니 날이 갈수록 싸움이 격해졌다. 그럴수록 앙금이 생겨 이제 마주치기만 하면 으르릉댄다. 언뜻 보면 사소한 일에도 일말의 양보 없이 대치하는 게 어느 누구 편을 들 수 없을 지경이 되.. 不平則鳴 2013.11.05
가을 싱크로율 진단 애기꽃을 달고 화사하게 웃던 손바닥 만한 버들마편초. 비 올 적마다 지은씨가 긴 손가락으로 감싸쥐어 뒤뜰 화단가에 갖다 두곤 했는데 어느덧 침묵에 잠겼다. 오종종한 꽃은 사그라들고, 이제 잎과 줄기가 말라 뒤틀린 채 시멘트 담장 아래 뉘엿거리는 햇살 아래서 애처럽다. 겨울이 코.. 不平則鳴 2013.11.01
생각 수선 '이리 오세요.' 할머니가 뒤돌아보며 손짓하는데, 정작 당사자인 할아버지는 장의자 두어 개 뒤편에 앉아 눈길을 앞에 둔 채 강퍅한 표정으로 대꾸가 없다. 차임벨이 울리며 다른 대기자가 담당에게 다가간다. '이번에는 당신 차례에요.' 채근하는 할머니. 아무래도 자기 양반이 못 미덥다.. 不平則鳴 2013.10.22
오래된 풍경 산 중턱을 훠이훠이 돌아가는 길. 잠자리 날갯짓이 허둥댄다. 이르다고 여겼는데 어느덧 가을이 깊다. 조급할 것 없어도 괜히 서두르게 만드는 계절. 들머리 가파른 오르막을 치느라 허덕였다. 그리고는 임도를 통해 예전 방물장수처럼 몇 개의 산을 거쳐왔다. 이어지는 숲길로 지치고 막.. 不平則鳴 2013.10.15
소나무야 내 삶이 애닯다. 속박되어 질곡에 놓여 있어도 그러려니 하여 답답하다거나 아프다는 비명 한 번 못내지르고, 단세포 생물처럼 의미 없는 생각만 무성 증식으로 뾰족하게 번식시킨다. 한때의 푸르른 바람이 얹혀 끄덕거리다가는 거북 등딱지처럼 수피에 차악 달라붙었다. 눈만 뜨면 내게.. 不平則鳴 2013.10.08
길의 노래 이곳이 고향인가. 이정미는 앞서 길을 걸은 어머니, 아버지의 얘기를 했다. 눈에 물기가 어린다. 허긴 부모의 삶과 인생 굴곡에 대해 애틋함을 느낄 나이이다. 김덕영은 그 길의 어느 곳에서 시작되어 파생된 역사적 사건을 나열했다. 정종택은 걷는 중에 볼 만한 경관과 풀꽃, 사람들의 .. 不平則鳴 2013.10.01
꽃과 별의 시간 새처럼 훨훨 떠다닐 수 있다면 어떨까. 걷는 중에 발을 잽싸게 놀리거나 발바닥이 땅에 닿는 면적과 시간을 가급적 줄인다면. 물고기가 유영하듯 허공을 답보할 수 있는지 고민하지만 애초에 그건 불가능하다. 이곳이 엄연한 중력이 작용하는 지구별인 데에야. 햇살처럼 너울거리고 싶은.. 不平則鳴 2013.09.24